환율의 하방 경직성 확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환율 하락 추세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심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단기 급락과 정부 개입 강도의 강화에 따른 경계감이 팽창해 있다. 그동안 기조적 하락세가 제한받을 여건이 강하게 조성됐다. 이번주(6.10∼ 6.14) 환율은 정부의 직간접 개입과 업체 네고물량 간의 샅바싸움이 예상된다. 어느 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우는 장세보다 달러/엔 환율과 같은 대외여건과 시중 물량 여부에 따라 환율 움직임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일단 하락을 위한 모멘텀의 부재를 인식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약세에 대한 인식이 여전한 가운데 엔화는 일본 외환당국의 직간접 개입으로 강세는 저지되고 있다. 물량을 놓고 벌어지는 정부와 시장간의 기싸움 외에 달러/엔이 주춤하면 달러/원의 움직임도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이 된다. 관건은 여전히 넘쳐나는 것으로 알려진 시중 물량을 정부가 직간접 개입을 통해 얼마나 소화하고 레벨을 끌어올리느냐에 달려있다. 정부의 바리케이트가 구축된 1,220원에 대한 하향 돌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반등 여지 모색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5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20.67원, 고점은 1,238.33원으로 집계됐다(※클릭: [외환표] 이번주 은행권 딜러 환율 전망).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18.70원, 고점인 1,231.00원에서 아래로는 하방경직성을 가진 반면 위로는 반등을 엿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쪽으로 1,220원과 1,223∼1,225원을 저점으로 지목한 견해가 각각 6명으로 1,220원대 지지력에 대한 인식이 높았다. 반면 2명의 딜러가 1,215∼1,217원, 1명은 1,210원까지 내려서 연중 최저치 경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위쪽으로는 8명의 딜러가 1,233∼1,237원을 고점으로, 이어 6명의 딜러가 1,240∼1,245원을 반등의 한계로 예상했다. 소수의견으로 1명이 단기 급락에 따른 강한 반등 가능성으로 1,250원까지 올라설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주 환율은 1,210원대 진입에 강한 저항을 맞닥뜨렸다. 달러/엔이 123엔대로 주저앉고 업체들의 네고물량 출회가 계속되면서 환율은 5일 장중 1,218.70원까지 기록,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은 물론 18개월 최저치까지 다다르기도 했다. 그러나 달러/엔이 일본 외환당국의 거듭된 직개입에 123엔대 이하로의 하락에 주춤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구두개입의 강도를 강화하고 국책은행의 지지성 매수세도 꾸준, 주후반 이틀 내리 상승했다. 지난 4월 12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의 단기 급락장세에서 이틀 연속 오른 긴 처음. ◆ 정부 개입 강도 타진 = 지난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은 이전과 다른 수위의 발언을 통해 환율 하락 분위기를 한결 꺾어놓았다. 지난 수요일 박승 한은 총재가 금통위 회의이후 '경기회복'과의 연계성을 강조한 이후 재경부에서도 여러 경로를 통해 '경고성' 언급을 거듭했다. '인내심'을 들먹이며 하락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재경부와 한은의 '입심'에 대해 시장은 '이전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지난 금요일 재경부의 개입은 하락 방어라는 그 동안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레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전윤철 부총리는 지난 토요일 "원화 절상 속도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며 "원화가 일정 수준이상 절상되지 않도록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언급, 지난주 정부의 방어선으로 지목됐던 1,220원에서의 추가 하락을 막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부도 최근 환율 급락세가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판단 하에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을 활용, 환위험관리 지원에 나서기로 하는 등 환율 하락에 따른 정부의 대책이 본격 가동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원화 절상폭이 상대적으로 다른 아시아통화보다 큰 점을 감안해 정부가 방어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며 "공기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물량을 흡수하는 것과 동행해 일방적인 하향 의지를 꺾으면서 바닥을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한 '의지'는 시장의 하락 심리를 일단 멈칫하게 만들었다. 계속 가느냐 마느냐 여부는 정부가 시중 물량을 실제로 얼마나 흡수할 것인지에 달려있는 셈. 지난 8주동안 급락과정과 개입지속 우려감은 1,220원을 일단 지지선으로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 네고물량과 달러/엔의 박스권 = 업체들은 지난주 개입 공세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물량을 쏟아냈다. 1,230원대로만 진입해도 네고심리는 부쩍 강화. '눈감고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단 시장은 정부의 '경고'가 분위기 조성용인지, 실질적인 방향 전환용인지 타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한은의 통화정책이 변수로 보이는 데 박 총재는 이자율이나 통화팽창에 중점을 둔 것 같다"며 "재경부는 올리고 싶지만 원화를 푸는 데 대해 한은에서 동조가 쉽게 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작 재경부가 원하는 반등을 위해서는 물량 부담감을 덜어내는 것이 우선이라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외환당국이 실제 대량의 물량을 활용했었고 지난주 의지를 내비친 1,220원 지지력 확보를 위해서는 확실한 '카드'를 드러내줘야 한다는 시각. 환율 하락 추세도 유효하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다른 은행 딜러는 "정부의 강화된 구두개입이 나오고 공기업을 동원한 간접 개입도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일단 1,220∼1,230원에서 쉬어가는 박스권을 요구, 물량과의 샅바싸움이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어느 정도의 조정을 원하는 정부와 하락 추세를 원하는 시장간의 줄다리기가 형성된다는 것. 달러/엔도 돌발 변수로서의 위치를 유지할 전망이다. 일본 외환당국의 의지가 강해 123엔대로의 진입은 어려움이 많다. 당장 122엔대로의 진입이 가시화되지 않는다면 달러/원은 1,220원은 지켜질 가능성이 크다. 또 미국 경제지표도 달러 강세를 조심스레 타진하고 있다. 지난주 말 미국 5월 실업률은 5.8%를 기록, 지난달 6.0%는 물론 당초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인 6.1%보다 밑돌았다. 적극적인 달러/원의 반등을 위해서는 일단 달러/엔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며 엔/원 환율은 100엔당 980원대에서 정부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위아래를 제한할만한 여지가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박스권 지지세력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정부에서 물량을 흡수하니까 하락도 여의치 않고 오르는 것도 고점인식에 따른 네고가 만만치 않다"며 "박스권 탈피가 어려울 것 같고 쉬어가는 장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