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은행권의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SUV(스포츠형 다목적 차량)와 미니밴 등 레저용 차량(RV)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올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 RV 판매대수는 22만7천8백4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5만3천6백62대) 보다 48.3% 증가했다. 이 기간 승용차 시장에서 RV가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의 26.7%에서 32.9%로 크게 늘어났다. 지난 1.4분기에 1만대 이상 팔린 RV는 현대차 싼타페,기아차 카니발 카렌스,쌍용차 렉스턴 코란도,대우차 레조 등 6개 차종이나 됐다. 승용차 가운데 1만대 이상 판매된 차가 뉴EF쏘나타 아반떼XD SM5 등 7개 차종인 것과 비교할 때 RV시장이 급속히 커졌음을 알 수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판매금액으로 따지면 레저용 차량의 비율이 55%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서도 RV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싼타페는 월 평균 8천대가 계약돼 3개월분 출고차량이 밀려 있을 정도다. 지난 3월 첫 선을 보인 기아차의 쏘렌토도 5월 판매량이 8천대를 넘어섰으며 2개월 이상의 출고물량이 대기중이다. RV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기존의 고객층인 20~30대 뿐 아니라 중형차를 선호하는 40대 중년층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중형차가 원료로 휘발유만 사용하는 데 비해 RV는 상대적으로 값이 싼 액화석유가스(LPG)나 경유(디젤)를 쓰고 자동차세(7인승의 경우 연간 6만5천원)가 중형차보다 저렴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다음달 은행권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다른 기업들도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경우 여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RV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대 기아 대우 쌍용차 등 각 업체들은 RV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RV 판매목표를 지난해보다 28.8% 증가한 18만대로 늘려 잡았다. 특히 RV시장에서 차급별 시장점유율 1위에 도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기아차는 이를 위해 올해 초 "커먼레일 엔진"이라는 첨단 심장을 탑재한 카니발II를 선보인데 이어 고품격 SUV 쏘렌토,승용형 디젤엔진을 장착한 소형 미니밴 카렌스II를 잇따라 내놓고 본격적인 고객 확보전에 나섰다. 최근에는 쏘렌토 플랫폼을 활용한 "레저용 픽업"을 출시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쌍용차는 올해 렉스턴 코란도 무쏘 등 RV 3총사의 판매 대수를 지난해(8만5천4백66대)보다 27% 증가한 10만8천5백대로 잡았다. 특히 쌍용차는 지난해 9월 출시된 렉스턴에 큰 기대를 걸고 연말까지 4만5천대를 판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쌍용차 관계자는 "지난해 렉스턴을 출시하며 "대한민국 1%"로 정한 마케팅 슬로건이 고급형 SUV 수요층에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며 "특히 지난해 11월 저가용모델 RE290을 출시해 올해부터는 보다 폭넓은 고객층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지난해(14만6천8백17대)보다 15.8% 증가한 17만대를 올해 판매목표로 정했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음과 매연을 획기적으로 줄인 "스타렉스 승용디젤" 차량과 기존 싼타페의 편의사양을 대폭 개선한 "2002년형 싼타페"를 출시했다. 갤로퍼의 쇼트보디 밴을 개조한 2인승 갤로퍼 픽업의 출시도 준비중이다. 현대차는 특히 각 차종별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고객 판촉행사를 강화하고 각종 동호회를 활용한 테마 이벤트도 모색하고 있다. 대우차도 레조의 판매 목표를 지난해의 3만5천6백대 보다 절반 가까이 늘어난 5만3천대로 설정했다. 대우차 관계자는 "최근 RV 시장의 구입고객 연령이 낮아지고 경제성을 추구하는 소비패턴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올 상반기중 실용성과 안정성을 강화한 2003년형 레조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차는 1백만명을 돌파한 서포터 회원들 중 젊은층을 레조 구매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차량 할인권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