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염원인 월드컵 첫승을 이뤄낸 쾌거에 대해 통신업체들과 보험업체들의 표정이 사뭇 다르다. 이번 승리에 수십억원의 막대한 상금을 내걸고 보험업체에 보험을 든 통신업체들은 '기쁨 두 배'라는 반응이지만, 정작 상금을 지불해야하는 보험업체들은 승리의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표정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팀이 승리할 경우 1골당 10만원씩을 모두 1만3명에게 나눠주기로 해 최대 30억90만원의 상금을 내걸었으며, KT는 2대0으로 이길 경우 1인당 25만원씩 총 5억원, KTF는 1골당 1만명에게 8만원씩 최대 32억원의 상금을 걸었다. 4일 열린 월드컵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서 한국팀이 2대0으로 완승을 거둠에 따라 SK텔레콤은 20억60만원, KT는 5억원, KTF는 16억원의 상금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들 통신 3사는 우리팀이 이겨서 돈을 낼 수 있게돼 더욱 기쁘다는 다소 예상밖의 반응이다. 이유는 이들 통신사들이 이길 경우에 대비해 컨틴전시(상금보상) 보험을 들고 미리 보험료를 지불한 상태여서 이겨야만 보험료 지불 효과를 거두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현대해상, 삼성화재, 제일화재 등 보험사 3곳에 전체 상금총액의 절반인 15억원을 주고 보험을 들었으며, KTF는 10억여원, KT는 1억원 미만의 보험료를 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한국팀이 한참 못할때인 지난 2월에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승률을 따져서 유리한 조건으로 보험계약을 했다"며 "보험을 든 것이 천만다행이며 우리팀이 이겨서 기쁘고 막대한 보험료를 낸 것이 헛되지 않아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통신업체들 뿐 아니라 국내 여러 기업들과 비슷한 조건의 상금보상보험을 계약, 적지않은 보험금을 내게돼 복잡한 심경이다. 그러나 이들 보험사도 일제히 해외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들어놓은 상태여서 그나마 안도하는 표정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SK텔레콤을 비롯해 모두 20여개 기업과 이번 월드컵 승리 및 16강 진출 여부를 놓고 상금보상보험 계약을 맺었다"며 "그러나 지불해야 하는 상금의 95% 이상을 외국의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들어 우리가 부담하는 상금은 아주 적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상금보상보험과 관련, 다른 국내 보험사들도 일제히 외국의 재보험사에 재보험을 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의 염원을 달성하게 돼 국내보험사들도 더 없이 기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박창욱기자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