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정부의 강력한 구두개입으로 하락을 멈추고 반등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환율 하락에 따른 경기회복 악영향 우려가 시장에 경계감을 확대, 장중 18개월 최저치까지 다다랐던 환율을 끌어올렸다. 달러매수초과(숏)포지션의 커버수요와 결제수요 등 매수세가 조금 살아났다.

외환당국의 시장 존중이 인내심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인식과 인내심을 좀 더 테스트해야 한다는 견해가 다소 엇갈리는 가운데, 1,220원은 일단 지지선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5일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4.20원 오른 1,224.30원에 마감했다.

장중 1,225.00원을 고점으로 1,218.70원까지 하락,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 2000년 12월 21일 1,217.30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루변동폭은 6.30원을 기록했다.

엔화 약세를 반영했던 환율은 시중 물량부담을 안고 꾸준히 반락 궤적을 그렸다. 이에 따라 1,220원을 깨고 18개월 최저치까지 다다랐던 환율은 정부의 '강한' 입심에 눌려 일단 꼬리를 내리고 상승세로 재반전했다.

역외매도세와 업체 네고물량이 시장에 압박을 가했으며 반등시 매도는 시장 참가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 1,220원 방어 의지 = 시장에 매수세가 취약한 상황이나 정부가 1,220원 밑에 대해 불편한 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시장도 일단 조정이 있을만한 시점임을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계속되고 있는 물량부담과 정부 개입 경계감이 당분간 기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전달된 데다 달러/엔이 반등하면서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일어났다"며 "업체들 매물이 꽤 많았으나 이를 다 거둬갔는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에서 연일 코멘트를 날려 하락 심리가 약간 꺾였으나 물량부담을 계속 안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시장 물량을 얼마나 흡수했는지가 관건이며 내일은 1,221∼1,227원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정부에서 '적절한 조치'를 내세우며 일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며 달러매도(숏)이 자제됐다"며 "역외매도나 업체 대기매물이 반등시마다 있었으나 공기업 등을 동원해 물량을 많이 흡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도 방향이 위쪽이 아니란 것은 잘 알고 있고 단기적으로 1,220원을 막으려는 의지를 내 비친 것"이라며 "결국 방향은 달러/엔과 같이 가면서 한동안 1,220원대가 유지되다가 분위기가 성숙되면 다시 내려가는 그림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정부·외환당국의 연이은 구두개입 = 정부는 전날 장 막판에 이어 이날 재차 환율 추가하락을 막기 위한 구두조치를 취했다.

오전중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기자 간담회에서 "환율 하락속도가 너무 급격해서 수출경쟁력이 걱정된다"며 "환율이 더 하락해 경기회복 국면에 있는 우리경제에 지장을 준다면 정부와 협의해서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에는 재정경제부 권태신 국제금융국장이 "외환시장 불안이 경기회복에 미칠 영향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시장안정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용덕 정책관도 "현시점이 외환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한 의지와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마감 무렵에는 한국은행 이상헌 국제국장도 나서 "최근의 과도한 환율절상 심리가 우려된다"며 "6월중 외환수급상 하락요인이 없으며 시장참가자들이 균형감각을 갖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박승 총재를 축으로 정부와 외환당국이 주거니 받거니 외환시장에 구두개입을 단행하며 매도심리를 봉쇄한 셈이다.

달러/엔이 124엔대를 유지하며 잠시 쉬는 상황에서 달러/원이 1,220원대를 뚫고 내리자 발언의 강도가 커졌고, 수출 등 경기회복과의 연관성도 강조돼 이전보다 정부의 의지가 강화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날 달러/엔은 전날 뉴욕에서 일본은행(BOJ)의 4번째 직개입(2주동안)으로 124엔대를 회복한 달러/엔 환율은 이날 하향 압력이 있었으나 124엔을 축으로 위아래 소폭 정체되다가 반등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재무성 국제담당 차관의 구두개입이 달러/엔 하락을 저지했으며 오후 5시 3분 현재 124.16엔을 기록중이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985원선으로 소폭 올랐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950억원, 175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이틀만에 순매수로 돌아섰으나 시장의 관심권 밖이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90원 높은 1,222.00원에 하루를 연 환율은 개장직후 1,222.70원으로 오른 뒤 9시 40분경 1,220.40원까지 오름폭을 줄였다.

이후 환율은 1,220∼1,221원을 오가다가 10시 17분경 1,220.30원으로 내려선 뒤 저가매수 등으로 11시 9분경 1,222.20원까지 올랐으나 매물에 되밀려 1,221.0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220.9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개장직후 1,221.00원을 기록한 뒤 서서히 되밀려 2시 34분경 이날 저점인 1,218.70원까지 빠졌다.

그러나 정부 구두개입으로 환율은 2시 45분경 1,224.00원까지 반등한 뒤 네고물량과 손절매수가 상충되며 1,221∼1,224원을 오가다가 달러/엔 상승으로 4시 27분경 이날 고점인 1,225.00원까지 튀어올랐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9,47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4억7,91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억4,500만달러, 2억370만달러가 거래됐다. 7일 기준환율은 1,221.6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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