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정부의 구두개입에도 아랑곳없이 1,220원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날의 반등 조정세는 하루만에 꺾였으며 장중 1,220원이 붕괴되기도 했다. 달러/엔 환율이 123엔대로 하락하는 등 시장 키워드는 미국 달러화 약세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 업체 네고물량이 꾸준히 나오면서 공급우위가 여전했으며 매수세는 일부 국책은행 등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힘들었다. 시장 심리는 달러매도(숏)에 기울어진 채 재정경제부의 구두개입도 무력화됐다. 자율적인 반등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미 지난해 수준을 건너 뛴 환율 수준으로 인해 지지선은 무의미한 상태이며 5일에는 1,210원대 진입이 재차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6.20원 내린 1,220.10원에 마감, 종가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자 지난 2000년 12월 20일 1,217.00원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의 바람을 국내 외환시장도 맞닥뜨렸다. 개장초부터 꾸준히 하락 흐름을 보인 환율은 공급우위 장세를 반영, 서서히 흘러내렸다. 오전중 정유사의 일시적인 결제수요가 있었으나 전자업체 등의 네고물량을 맞고 분위기가 꺾였다. ◆ 1,210원대 진입 초읽기 = 정부의 고강도 개입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라 환율 하락에 대해 이견을 보일 수 없음을 감안하면 다른 통화와의 속도조절에 치우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기업 등을 통한 달러매수가 예고돼 있으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 약세와 함께 개입 경계감 등에 기댄 달러매수(롱)플레이가 다시 엎어지는 양상이 재현됐다"며 "국책은행 등이 사는 것 같다가도 다른 곳을 통해 파는 것 같으니까 다른 은행권에서 매수할 의지가 없는 통에 매수세가 실종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세가 하락이기 때문에 정부의 구두개입이 나와도 씨도 먹히지 않은 채 오히려 매도기회만 주는 악수가 됐다"며 "정부에서 실질적 달러 수요를 강력하게 만들지 않는 한 반등은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내일은 1,217∼1,225원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달러화 약세에 공급우위의 장세가 겹쳐졌다"며 "달러/엔도 반등이 어려운 상황이라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해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체 네고물량이 공급으로 수급불균형 상태가 계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일은 달러/엔과 개입 강도에 초점이 맞춰져 1,210∼1,215원에서 저점이 정해질 것"이라며 "정부도 달러 약세 흐름이기 때문에 (환율 하락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는 없고 가파른 속도에 대한 부담이 있긴 하지만 강력한 대책이 나올 시점이 아닌 것 같다"고 예상했다. ◆ 달러화 약세 바람 =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에 이어 미국 기업의 신뢰성이 흔들리면서 투자자금이 미국을 이탈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엔론사태 이후 잇따르고 있는 회계투명성 문제나 추가테러 위협 등이 뉴욕 증시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으며 달러화 약세의 골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미국경제지표의 긍정적인 신호도 묻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달러 약세가 어디까지 진행될 지에 대해서는 한동안 쉽게 단정을 내리지 못할 상황이다. 전날 뉴욕에서 123엔대로 내려선 달러/엔 환율은 이날 보합권에서 맴돌았다. 오전장부터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거듭된 경고로 하락은 제한된 채 정체된 흐름을 보였으나 유럽에서 하락세를 재개, 오후 5시 6분 현재 123.33엔을 기록중이다. 런던장은 휴장인 가운데 오는 7일 발표 예정인 일본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으로 엔화 강세 전망이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돼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여부를 다시 테스트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38억원의 매도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는 116억원의 매수우위를 나타냈다. 시장의 관심권 밖이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보다 0.70원 높은 1,227.00원을 개장가로 삼았으나 이내 하락 반전, 전 저점인 1,222.50원을 경신하고 9시 44분경 1,221.30원까지 내려섰다. 이후 환율은 소폭 반등, 1,222∼1,223원을 오가다가 물량 공급에 11시 23분경 1,221.50원으로 밀렸다가 국책은행 등의 강한 매수세로 5분만에 1,224.90원까지 반등했다. 그러나 환율은 재차 대기매물에 밀려 1,222원선까지 재반락한 뒤 1,223.4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50원 낮은 1,222.9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개장직후 1,223.00원을 기록한 뒤 반등 기대감 희석으로 점진적으로 레벨을 낮춰 3시 11분경 1,221.40원까지 밀렸다. 이후 환율은 1,221∼1,222원을 오가다가 물량 부담에 짓눌려 4시 2분경 1,220.00원까지 내려섰다. 국책은행의 지지성 매수세와 재경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으나 일시적으로 1,221원선 반등을 형성했을 뿐, 역부족임을 드러내며 4시 28분경 이날 저점인 1,219.90원까지 떨어졌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27.00원이며 저점은 1,219.90원으로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 2000년 12월 21일 1,217.30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장중 이동거리는 7.10원을 기록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7억7,2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6억68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2억4,490만달러, 2억900만달러가 거래됐다. 5일 기준환율은 1,222.1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