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bceo@kab.co.kr 지금 나라가 온통 월드컵 열기로 끓어오르고 있다. TV,신문,심지어 중요한 회의석상이나 일상대화에서도 월드컵 얘기로부터 시작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모두가 일손을 놓고 여기에만 매달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과 함께 시끌벅적한 잔치가 끝나고 북적대던 손님들이 다 가고 나면 밀려드는 적막함 속에서 무엇으로 어떻게 허탈감을 채워야 하나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해본다. 그렇지만 요사이 필자가 출·퇴근시 매일 보는 광경들,밤낮없이 코엑스 월드컵 시설물을 경비하는 경찰관,이웃 병원에서 열심히 환자를 지키는 의료요원,셔터를 내리고 밤늦게까지 일하는 은행원을 보고 있으면 흐뭇한 마음과 함께 괜한 기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금년에는 월드컵,아시안게임,지방선거,보궐선거,대통령 선거 등 큰 규모의 행사만 줄을 이어 서있다. 과연 세계에서 몇몇 나라나 이렇게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큰 행사들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참으로 우리 민족의 대단한 응집력과 저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지금부터는 월드컵 이후의 일들도 차근차근 생각하고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야겠다. 당장 다가오는 것이 바로 제4대 지방선거의 날이다. 얼마 전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 지방선거 입후보자들 상당수가 전과자들이고 주민의 투표참여율도 저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우리들 대신 우리 지역 일을 맡길 사람을 이렇게 무관심하게 뽑아놓고 나중에 이들에게 잘잘못을 따질 것인가. 깨알같이 작게 쓰인 신용카드나 보험약관은 찬찬히 읽어보면서도 큰 글씨로 인쇄된 몇 줄 안 되는 입후보자들의 신상명세나 공약사항은 외면할 것인가. 이번만큼은 우리 모두가 투표에 적극 참여해 꼼꼼히 따져 선택하고 차후 공약불이행에 따른 유권자의 준엄한 질책을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월드컵 열기 속에서 잠깐만이라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차분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자. 이번 월드컵 열기를 국민화합과 국운융성의 길로 고스란히 이어가기 위한 주역은 바로 우리가 아닐까 다시 한번 다짐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