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폴란드의 월드컵 경기가 열린 4일 밤. 여의도 잠실 대학로 등 서울 거리는 '붉은악마'를 비롯 수만명의 축구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들은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면서 한국팀이 폴란드 골문을 위협할 때마다 함성을 질러댔다. 외국 언론들도 한국의 거리 응원이 신기하다며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축구팬들을 거리로 불러내 함께 응원하게 만든 기업들의 '고지(告知)광고'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수 차례의 평가전을 거치면서 '경험 마케팅'의 효과를 확인한 기업들은 현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등 응원 문화를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 활용하기 위해 이달 들어 대대적으로 광고전을 펼치고 있다. KT는 지난 3일부터 영화배우 이영애를 내세워 '가자 16강! 모이자 여의도로!'라는 신문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 광고에는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야외무대에서 진행되는 응원전과 삼성동 무역센터광장에서 이달 말까지 열릴 행사가 소개되어 있다. 광고 효과로 4일 밤 여의도엔 축구팬 1만여명이 한데 모여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를 연호하며 응원을 벌였다. KT는 현장에 가로 6m,세로 4m의 대형 전광판과 음향시설을 갖추고 5천여개의 깔판을 나눠줬다. KT는 10일 미국전과 14일 포르투갈전 때도 고지광고를 내고 응원 프로모션을 전개할 계획이다. KT 이수욱 부장은 "축구팬을 불러 모으는 데 광고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했다"며 "응원의 함성이 남은 두 경기에서도 울려 퍼져 16강 진출에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퓨마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공동으로 '야구장에서 축구가 열린다!'는 카피의 고지광고를 내고 4일 밤 잠실야구장에서 '2002 퓨마-다음 사커 페스티벌'을 벌였다. 두 회사는 이 응원축제가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얻자 한국팀의 다른 경기도 야구장의 대형 전광판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경기를 방영하며 응원전을 펼치기로 했다. TV광고를 통해 '붉은악마'의 응원방법을 소개해 화제가 됐던 SK텔레콤도 폴란드전이 열리기 전날까지 '대학로에서 모이자'는 카피의 고지광고를 내보냈다. 차량이 통제된 가운데 마로니에공원 일대 8차선 도로에서 열린 행사엔 오후 3시부터 축구팬들이 몰려들어 윤도현밴드 안치환 등의 공연에 뒤이은 폴란드전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지켜봤다. 코래드의 박종선 국장은 "인쇄 광고는 수시로 카피를 교체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월드컵 응원 마케팅을 준비한 기업들이 선호한다"며 "월드컵을 계기로 이런 광고와 마케팅이 정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