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방세 체납자들의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중은행장을 비롯한 은행관계자들을 사직당국에 무더기 고발했다는 보도(본지 6월3일자 1면)다. 결과만 따지자면 세금을 체납한 사람들의 재산을 찾아내 징세권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서울시의 조치가 당연해 보인다. 서울시가 고발의 근거로 삼은 조세범처벌법 13조 9호는 '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질문에 대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거나 그 직무집행을 거부 또는 기피한 자'를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조문을 엄격하게 적용하자면 '질문에 불응한' 은행들은 할 말이 궁색한 편이다. 그러나 사태의 전말을 유심히 살펴 보면 과연 고발조치로 대응해야 할 문제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서울시가 지방세 체납자의 금융거래정보 제공을 처음 요구한 것은 작년 4월이었고,그후 은행들은 서울시와 비용부담문제 등을 계속 협의해 왔다고 한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느닷없이 고발조치를 취한 것은 행정기관의 횡포가 아니냐는 은행들의 항변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더구나 서울시는 금융거래정보를 제공받으면 체납세금을 쉽게 거둬들이는 혜택을 보게된다. 그렇다면 금융정보조회 때문에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서울시가 보상해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순리다. 특히 은행들은 수익을 올려야 하는 주식회사란 점을 고려한다면 서울시가 법규정만을 들이대면서 윽박지르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로 여겨진다. 물론 비용부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서울시 측의 주장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의회나 감사원 등이 무슨 근거로 지급했느냐를 추궁한다면 답변의 여지가 좁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고와 일처리를 하는 조직이라면 그같은 일을 문제삼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행정의 병폐 가운데 가장 고질적인 것이 바로 '감사가 무서워' 책임회피에 급급하는 비효율성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법은 비용부담의 법적 근거를 명백하게 마련해 주는 것이다. 정부도 그같은 점을 고려해 지난 5월초 금융실명거래법 시행령에 금융기관이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신설하겠다고 입법예고한 바 있으나 모법 근거 조항의 미비 등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모법을 고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법적 근거 마련에 앞서 당장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의 원만한 합의로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행고발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