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계열사 경영진 및 간부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거는 등 경영을 직접 챙기기 시작해 계열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 회장은 주요사안을 보고 받은 뒤 관련 사업부의 사장이나 부사장 등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황을 파악한다는 것. 그동안 주로 비서팀장이나 구조조정본부장을 통해 보고 받고 궁금한 사항을 묻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특히 일과시간 이후에도 수시로 전화를 걸어 계열사 간부들이 놀라워 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 전계열사 경영진들에게는 '항상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라'는 엄명이 전달됐다. 삼성은 또 전화를 받은 간부들이 회장의 질문에 대해 핵심을 비켜간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자 응답요령에 대한 소책자를 발간하고 조만간 사내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항상 맡은 업무를 꿰고 있으면서 결론을 먼저 얘기하는 두괄식(頭括式)으로 답변하라고 간부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경영활동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열린 전자 및 금융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영진을 질책하고 미래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또 지난 4월말부터는 서울과 제주의 신라호텔에 장기간 머물며 월드컵을 앞둔 호텔의 서비스 수준을 직접 점검했다. 이에 앞서 삼성물산 건설현장 등 몇몇 계열사의 사업장을 찾아 현장점검을 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 동계올림픽 참관을 위해 해외출장을 다녀온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회의,국가대표팀 축구경기,월드컵 개막식 등 외부 행사에도 자주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경영진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 전 계열사 사장단은 우수인력 확보 노력이 미흡하다는 이 회장의 지적에 따라 오는 5일 하룻동안 경기도 용인 삼성연수원에 모여 우수인력확보를 주제로 워크숍을 갖는다. 또 3일엔 미국의 전자 계열 현지법인 대표들이 따로 모여 미국시장 공략방안을 논의한다. 금융계열 미국 현지법인 대표들도 지난달 하순 별도 회의를 가졌다. 전자와 금융 사장단회의에 참가하지 않은 독립 계열사들은 지난달 자체적으로 미래전략 워크숍을 열었다. 올해 60세를 넘긴 이 회장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대해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잘 나간다고 하는데 잘못되면 국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며 "이 회장은 이를 우려해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건강이 회복된데다 신경영의 성과가 드러나면서 대내외적으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