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baek@ktb.co.kr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구기종목이 축구가 아닐까 싶다. 어느 정도의 신장을 필요로 하는 농구나 배구,많은 장비를 필요로 하는 야구보다 논바닥이나 좁은 골목길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축구였다. 월드컵의 개막나팔이 울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우리나라의 16강 진출과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고 있다. 더군다나 5월에 가졌던 평가전을 통해 사람들은 16강에 대한 기대감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내일 있을 한국의 첫 경기에 대해 여기저기서 내기들을 걸고 있을테고 모처럼 화요일 저녁 도심의 거리는 한산할 것이다. 경기 규모나 TV시청자 수에서 올림픽을 능가하는 월드컵은 주최국으로선 여러 면에서 국가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호기다.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의 TV시청자수는 3백70억명으로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의 2백60억명을 훨씬 상회했으며 이번 월드컵은 4백억명 이상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드컵의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직접적인 효과로 생산유발효과가 11조5천억원,부가가치 5조3천억원,고용창출 35만명,유입관광객 40만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효과보다 국가 홍보와 이미지 제고라는 무형의 파급효과에 거는 기대가 더 클 것이다. 우리 대표팀이 16강 아니라 그 이상의 성적을 올리기 바라는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간절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16강 진출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아니다. 우리 축구의 경기력이 몇 차원 격상됐음을 증명했고 그것으로 많은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목표의 절반은 달성한 셈이다.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승리 지상주의'에 집착할 필요까지는 없다. 월드컵에서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주최국의 성적보다 주최국이 대회의 성공적 운영과 깨끗한 스포츠정신을 발현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노력했느냐다. 88올림픽이 한국경제 성장의 기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한국이 사회,문화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이미 진입했음을 알리고 우리 스스로도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