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장중 급등락을 거친 끝에 17개월 최저치를 경신했다.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직개입이 달러/엔과 함께 달러/원의 움직임을 좌지우지했다. 달러/엔 환율은 장중 122엔대와 124엔대를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 달러/원에 충격을 가했다. 월말을 맞은 수급상황은 달러공급이 우위를 보였다. 5월의 마지막 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3.20원 낮은 1,226.30원에 한 주와 5월을 마무리했다. 종가기준으로 지난 2000년 12월 17일 1,217원 이래 가장 낮은 수준. 한일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을 품으면서도 월말 네고물량에 눌려 꾸준히 저점을 경신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 외환당국의 실탄 사용이 확인되면서 급반등세를 보인 환율은 재차 물량공급에 의해 되밀리는 궤도를 그렸다. ◆ 6월 바닥 확인 뒤 조정 예상 = 단기적으로 하향 추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여부가 계속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달러/엔이 최대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바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6월중 1,200원은 정부에서 어떻게든 지키지 않겠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분간은 달러/엔이 가장 큰 변수로 부각될 것"이라며 "달러/원의 하락 추세는 살아있지만 달러/엔 오를 때도 반등하면서 한일 정부의 개입에 초점이 맞춰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내 당국은 통화량 조절 등에 어려움이 많아 직개입은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6월에는 1,200원이 막히면서 1,230원을 회복하면 반등 조정의 흐름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이 예상대로 이뤄지면서 국내에도 영향을 가했으며 물량은 꾸준히 공급됐다"며 "뉴욕장에서 추가 개입 루머가 돌면서 장담할 수 없는 장세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이 현재 애매한 레벨에 와 있으며 정부의 개입 의지와 강도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며 "엔 강세와 공급우위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6월 전반적으로는 1,200원까지 흐를 여지가 있고 반등시 1,250원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 달러/엔 충격파 = 달러/엔 환율이 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전날 뉴욕에서 122엔대까지 진입, 6개월중 최저치에 도달했던 달러/엔 환율은 이날 외환당국의 직개입에 따라 요동을 쳤다. 일본 정부의 잇단 구두개입과 무디스의 국가 신용등급 2단계 강등에도 불구, 122엔대 진입을 시도했던 달러/엔은 지난주 이후 3번째 직개입으로 124.59엔까지 급반등하기도 했다. 달러/엔은 이후 조금씩 되밀리면서 오후 4시 55분 현재 123.96엔을 기록중이다.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은 이날 "최근 통화 움직임이 너무 빨라 외환시장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언급, 일본은행(BOJ)가 직개입에 나섰음을 시인했다. 개입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719억원의 매도우위를, 코스닥시장에서는 139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시장의 관심권 밖이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00원 낮은 1,228.50원에 출발한 환율은 정부 개입 경계감이 작용하는 가운데 10시 1분경 1,225.30원으로 전 저점을 깨고 내렸다. 그러나 달러/엔의 반등 가능성으로 1,225∼1,226원선을 오가던 환율은 달러/엔의 추가 하락으로 10시 47분경 1,224.60원까지 떠밀린 뒤 소폭 반등, 1,225∼1,226원을 오가다가 1,225.4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20원 낮은 1,225.20원에 오후장은 연 환율은 달러/엔과 보조를 맞춰 꾸준히 흘러내려 2시 58분경 1,222.5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 그러나 일본 외환당국의 직개입으로 달러/엔이 124엔대로 치솟자 달러/원도 3시 3분경 1,231원까지 급반등, 전날 종가에 비해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후 다소 안정감을 찾으면서 물량공급과 달러/엔의 반락으로 1,226원선까지 내려섰다. 장중 고점은 1,231원이며 저점은 1,222.50원으로 지난 2000년 12월 21일 1,217.30원까지 내려선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중 이동거리는 8.50원에 달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7억5,77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4억7,17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1억8,000만달러, 1억6,500만달러가 거래됐다. 6월 1일 기준환율은 1,226.2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