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공무원들에 대한 한국경제신문의 설문조사 결과(27일자 1,3면)가 나가자 먼저 행정자치부에서 적잖은 관심을 나타냈다.


정부의 조직과 직제를 담당하는 부처에서 언론의 조사결과를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유사시'에 대비하는 자세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설문조사를 하면서 공무원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몇가지 특이점이 보였다.


그중 하나가 정치 문제다.


현 정세와 상황,경제현안,향후 경제정책 과제 등에 대해서 경제관료들은 상당히 성실한 답변을 해줬다.


일부 자기 생각을 서술토록 한 문항에선 구체적인 대안을 쓴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대선후보에 대한 평가문항에서는 반응이 사뭇 달랐다.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가'가 아니라 '현 시점에서 어느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다고 예상하는가'라는 질문에서도 응답자의 15%는 아예 답변을 하지 않았다.


무응답 가운데는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설명한 메모가 더러 눈에 띄었다.


뒤집어보면 공무원들이 정치세력에 동원되거나 행정 고유업무가 정치적으로 악용된 적이 잦았음을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오로지 설문조사로만 활용된다'고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행여나 내 설문지(생각)가 다른 데로 새 나가면…"이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공무원들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도 된다.


어느 쪽이든 "정치권과 가까워봤자 득될 건 없다"는 생각이 많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 때문일까.


모 부처의 특정부서는 설문지 수거에 부분적으로 협조하면서 대선후보 평가관련 항목의 답변은 지워버리기도 했다.


과잉 반응이다.


단순한 설문조사를 두고 이럴진대 다른 정책관련 업무나 행동은 얼마나 부자유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설문 자체를 거부하는 공무원들이 많은 곳도 있다.


국세청이 대표적이다.


"그 정도의 자율도 없나"라는 생각에서부터 "얼마나 외풍으로 인한 시비가 있었으면…"하는 심정이 교차했다.


공무원들의 정치적 중립 의지가 존중받고 공무원 스스로도 한층 더 그에 걸맞게끔 행동하길 기대해 본다.


허원순 경제부 정책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