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해외기업 자회사의 지급 이자에 대한 손비인정 한도를 현행 사업연도 수익의 절반에서 크게 줄이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미 의회에 제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미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해마다 수십억달러의 추가 세금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시 미 행정부가 외국산 수입철강에 대한 보호관세를 부과하고 농업보조금을 대폭 늘린데 이어 또다시 외국기업들에 불리한 조치를 취하는 걸 보면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보호주의 압력이 가중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 재무부의 세법 개정안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세계화 시대를 맞아 외국기업의 과세비중이 커진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외국기업 자회사들이 해마다 미 정부에 납부하는 법인세만 2백억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적지 않은 미국기업들이 본사를 버뮤다 같은 조세피난처나 해외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바람에 세수가 상당히 줄어들고 있다. 주요 회사업무가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세금회피를 위해 명목상 해외기업이 되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기업들은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합산해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경쟁자인 유럽기업들에 비해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이번 기회에 외국기업에 유리한 법인세 조항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미국만 외국기업 자회사의 지급이자에 대해 손비인정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14조에서 외국기업 자회사의 경우 자본금의 3배를 넘는 초과차입금의 지급이자에 대해선 손금산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외국기업에 대해 과세를 강화함에 따라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당장 유럽연합이 자국 기업들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고 나서는 등 강력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 분명하다. 미 행정부가 자국 수출업체에 주던 세금혜택도 세계무역기구(WTO)의 불법 판정으로 조만간 중단해야 하는 등 양측의 대립이 날카로운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또한 달러 약세로 인해 가뜩이나 외자유입이 부진한 마당에 이번 세법 개정이 외국기업 진출을 위축시켜 미국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우리기업들은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세제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동시에 미 관계당국과의 협상을 통해 국내 기업들을 지원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