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돌아가기가 솔직히 두렵습니다.


마땅한 일자리(교수직)를 얻기가 쉽지 않고 뚜렷한 성과물을 내기도 힘들기 때문이지요."


미국 UCLA의 바이오메디컬(생명의학) 박사과정(2년)을 밟고 있는 한 후배가 대뜸 내뱉은 말이다.


넉넉지 않은 경제사정 속에서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유학온 다른 연구자들도 비슷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주 서너잔을 들이킨 그는 한국에 돌아가기 싫은 이유를 차근차근 털어놨다.


무엇보다 한국에선 교수 자리를 얻기가 어렵다는 게 그의 첫 번째 고민이다.


변변한 연줄이 없으면 지원서를 내봐야 십중팔구 임용에서 떨어질 게 뻔한 데다 적잖은 돈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


"유학생들은 '잔디'를 깔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교수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의 기업이나 연구소에 들어가도 연구결과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탓에 그냥 미국에 눌러앉는 것이 낫다고들 얘기합니다."


그는 한국의 연구시설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해냈다.


미국 연구자들이 날마다 사용하는 최첨단 장비를 한국에선 구경하기도 힘들고 설사 장비가 있다 해도 빌려쓰기가 쉽지 않은 데다 값비싼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그나마 몇 개 없는 장비를 함께 쓸 수 있는 공동 연구기반과 네트워크도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학엔 각 실험실(랩)의 첨단 장비를 소개하는 탐방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이 언제든지 무상으로 사용토록 하고 있지요.


그런데 미국에서 논문까지 쓴 연구결과를 한국에선 다시 성공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한국 정부가 최근 추진중인 이공계 진학기피 해소대책과 해외 교포 연구자 유치전략 등 산업기술인력 확충방안에 대해서도 그는 회의적이었다.


"확실한 장래가 안보이는데 돈 몇푼 준다고 귀국길에 오를 연구자가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고급 R&D 인력 유치와 양성을 위해 선진국들이 무엇에 공을 들였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로스앤젤레스=정한영 경제부 정책팀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