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외교차량으로 가득한 파리 방돔광장에 위치한 리츠호텔 입구. 차에서 내린 프랑스 주재 각국 대사들과 고위 외교관들이 긴 줄을 서 입장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니 유엔총회를 방불케 하는 그 곳은 '2010년 세계 박람회' 한국유치 홍보설명회 행사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을 단장으로 한 2010년 여수 해양박람회 유치 위원회는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 대표 1백20여명을 초청,박람회 준비 현황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했다.


우리 대표단은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2002월드컵 개최국 한국이 2010 세계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자신이 있다"며 지지를 당부했다.


본행사가 끝난 후 이어진 풀코스 만찬의 메뉴에는 즉석에서 구운 불고기와 김치 시식 코너가 포함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식사 중간에 선보인 한국 음악도 큰 인기였다.


25줄 개량 가야금으로 연주된 창작곡 '바람'과 '강'은 한국 가락에 재즈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 갈채를 받았다.


한국 문화와 관광지를 소개하는 홍보 영화도 많은 참석자들을 매료시켰다.


옆자리에 앉은 북유럽 외교관은 "한국이 유치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분위기로 봐서는 당장 투표를 실시할 경우 한국이 선정될 것 같았다.


그러나 한 남미국가 대표는 최근의 한국 민주노총 월드컵 연대 파업사태를 거론하면서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그 같은 행동은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박람회 유치 신청을 가장 먼저 했지만,중국과 러시아의 만만찮은 추격을 받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가능성을 점치기 힘든 접전이다.


하지만 한국은 월드컵이라는 멋진 홍보무기를 갖고 있다.


오는 7월2일 파리 BIE본부에서는 박람회 유치 희망국들의 최종 공식 설명회가 열린다.


월드컵 폐막 직후에 열리는 행사라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는 큰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월드컵 연대 파업사태와 같은 내부 혼란이 확산돼서는 안된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