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국과 잉글랜드 축구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 취재를 위해 제주도에 갔다.


그곳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공항에 내리자마자 숙박시설과 교통정보를 얻기 위해 종합안내소부터 찾았다.


담당자에게 가이드북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외국인들을 위한 영문판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잠시 난감해하는 사이 같은 비행기로 도착한 외국인은 옆에서 지도까지 보며 담당직원으로부터 '친절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아쉬운대로 영문판 가이드북을 들고 경기장을 향했다. 경기시작 4시간 전. 대한축구협회에서 취재진을 위한 AD카드를 발급해줬다.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펼쳐지는 경기인 만큼 평가전인데도 사전 등록 리스트를 일일이 체크한 다음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나서야 카드를 나눠줬다. 한 제주 주재기자는 사전에 이름을 등록하지 못해 카드를 못받게 되자 발을 구르기도 했다.


기자 바로 앞에 있던 한 외국인 기자도 이름이 올라와있지 않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이 외국기자도 당연히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 기자가 "한국지사의 동료 대신 왔다"고 말하자 담당자는 별 말없이 카드를 내줬다.


더 가관인 것은 그 기자가 여권을 내밀며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려 했지만 "You don't need(필요없어요)"라고 '친절히'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한국기자들에겐 그렇게도 깐깐하게 굴더니 외국 기자가 신분증을 보여주려 하니 그럴 필요없다며 그냥 넘어갔다.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심지어 '친절=국가경쟁력'이란 말까지 나왔다.


그 덕분일까.


요즘 외국인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한국인들이 많이 친절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친절은 '업그레이드'됐지만 내국인에 대한 배려는 그렇지 않은 느낌이다.


월드컵은 외국인들을 위한 잔치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도 함께 즐기는 축제다.


외국인만 손님이 아니라 타지방에서 온 내국인도 손님이다.


'친절이 곧 국가경쟁력'이라는 명제가 온전히 성립하려면 외국인이든 자국민이든 차별없이 친절을 베풀어야 하지 않을까.


월드컵 특별취재단 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