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忘坐坐忘行 산행망좌좌망행 歇馬松陰聽水聲 헐마송음청수성 後我幾人先我去 후아기인선아거 各歸其止又何爭 각귀기지우하쟁 -------------------------------------------------------------- 산길 가다보면 쉬는 걸 잊고 쉬다보면 갈 줄을 모르는데/소나무 그늘에 말 쉬게 하고 강물 소리를 듣네/뒤에 오던 몇사람이 나를 따라 앞섰으나/제각기 제 길 가니 그 무슨 상관이랴 -------------------------------------------------------------- 선조(宣祖)때 학자 송익필(宋翼弼)이 읊은 '산행(山行)'이다. 제1,2구에는 나귀 등에 몸을 싣고 산중 오솔길을 가다 쉬다 하며 정취를 즐기는 유한(幽閑)함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제3,4구에는 자못 심오한 인생철학이 펼쳐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네 한 평생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누가 앞에서 끌어당기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어쩌자고 그리도 초조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일까. 이병한 < 서울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