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상품"이 급부상하고 있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면도기가 여성용으로 인기를 얻는가 하면 남성 전용 피부관리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전통적인 "성(性)전용상품"들이 경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관한 고정관념이 사라지면서 패션소품이나 생활용품,서비스에서 성 구분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미국의 면도기 전문 브랜드인 질레트는 최근 여성용 세날 면도기 '질레트 비너스'를 내놓았다. 기존의 시험상품이던 '센서 엑셀 포 우먼'을 업그레이드한 제품. 날렵한 디자인이 보기에도 예쁘고 피부 자극도 최소화했다. 노출이 많아지는 여름을 앞두고 다리나 비키니 라인을 면도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내놓은 상품이다. 질레트 마케팅팀 고희경 차장은 "면도기 시장에서 남녀 비중이 50대50에 달하는 미국이나 여성 면도 인구가 한국의 3∼4배에 달하는 일본에서는 여성들이 매일 얼굴이나 겨드랑이를 세이빙할 만큼 면도가 보편화됐다"며 "국내에서도 젊은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서구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여성면도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성 직장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넥타이를 맨 여성도 늘고 있다. 밀리오레 등 동대문 패션몰을 중심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여성용 넥타이가 나와 있다. 남성의 근육단련장으로 여겨졌던 헬스클럽에도 여성회원이 부쩍 늘었다. 여성 전용 클럽도 서울에만 20여곳에 이른다. 이화여대 인근에서 '월드'라는 여성 전용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정수길씨는 "여성 전용 클럽에 손님이 더 많다"며 "중년 주부나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 회원도 다수"라고 전한다. '여성상품'을 넘보는 남성도 부지기수다. '예쁜 목걸이나 귀고리'를 찾는 남성이 늘어나면서 남성전용 패션주얼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얼리 회사인 다사키 지니아는 남성 전용 브랜드인 '바스타타'를 따로 만들었고 패션주얼리 업체인 에꼬미도 남성용 귀고리를 따로 선보이고 있다. 남성 전용 피부관리실이나 남성용 메이크업 화장품도 인기다. '꽃미남'이 선호되면서 외모를 가꾸려는 남성이 늘고 있어서다. 서울에서만 50여 군데에 이르는 남성 피부관리실이 성업 중이다. 소망화장품은 최근 남성용 메이크업 제품인 '컬러크림'을 내놓았다. 파운데이션처럼 발라 얼굴의 결점을 감춰준다. 남성화장품의 원조격인 아라미스는 '서피스 임시 교정 스틱'을 판매 중이다. 남성용 아이크림,피지컨트롤 등 기능성 화장품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특정 제품을 남성용 여성용이라고 규정짓는 일이 무의미해지고 있다"며 "새로운 트렌드에 맞춘 마케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