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6일부터 이틀간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중국인민외교학회가 마련한 '한·중미래포럼'이 열린 서역만리 실크로드의 요충지 중국의 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는 북으로 구르반팅구트 사막과 남으로 타클라마칸 사막을 갈라놓은 만년설이 쌓인 천산산맥 중간에 자리잡은 풍광이 아름다운 도시였다. 공항은 최근에 건설된 현대식이었고,고속도로는 험난한 천산산맥을 시원하게 관통하고 있었다. 시내에는 고층빌딩이 많이 솟아 있었고,새로 지은 아파트는 세련된 모습이었다. '서부대개발 계획'을 설명하는 신장정부 고위관계자의 표정은 야심에 찼다. 한·중 수교 10년을 맞아 동북아 협력을 주제로 한 포럼의 토론에서 양국 대표는 21세기에 대해 낙관과 자유와 활기가 넘쳤고 많은 변화와 일치도 알 수 있었다. '조선족'에 대하여는 '엄연한 중국인민'으로,'탈북자'에 대하여는 '침묵'으로,'대만문제'에 대하여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중국 측의 강력한 반응과 불일치도 있었다.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 중국은 '대항'으로 한국은 '위협'으로 느껴지고,'중·미 중 선택하라는 것은 아시아 나라들에 가장 당혹스러운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중 수교 당시의 정신이었다는 '같은 것은 찾고 다른 것은 그대로 두는''구동존이(求同存異)'로 넘어갔다. 조선족의 우대가 양국 모두에게 좋은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위구르족과 티베트족 문제가 있는 것 같고,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탈북자를 밀어내거나 끌어내는 것은 무슨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데 북한문제가 걸리는 것 같았다. 어떤 이유에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는 억압되거나 부정할 수 없으며,결국은 피를 대가로 쟁취되고 만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쳐주고 있다.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에 많은 변화와 발전을 가져다 준 것 같이 21세기는 인터넷을 통하여 세계는 변화하고 통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제와 정치도 변화시키고 있다. 한·중·일에는 15억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고,비행기로 하루 생활권인 서울반경 1천2백㎞안에 그 반인 7억이 살고 있는 '세계의 공장'이고 '세계의 시장'인 동북아 지역은 가장 역동적인 세계경제의 중심이 돼가고 있다. 과거는 이즘으로 갈라졌지만 지금은 북한만 제외하고 자유롭게 문물이 교류되고 있다. 서역만리 우루무치의 TV에서도 '한류(韓流)'가 흐르는 것을 보면 정부가 나서서 역할을 해야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오히려 정부가 나서면 방해가 될지도 모르는 시대가 되었고,그대로 가만두는 것이 돕는 것이 되고 있다. 그대로 가만 두지 않더라도 도도히 흐르는 변화를 누구도 막을 수 없고,변화하지 않는 어떤 것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1997년 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몰아칠 때 동아시아는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은 IMF 자금으로 위기를 넘겼고,일본은 10년 넘게 불황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으며,중국 주요은행 대출의 50%가 부실이라는 것이 서방의 견해다.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의 한·중·일 협력시스템이 형성되면 그 자체로서 새로운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가 될 수 있다. '구동존이'를 바탕으로 동북아는 변화하고 협력해야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고,지난 세기의 굴종을 벗어날 수 있다. 돌아오는 길 베이징의 호텔 TV를 통해 동티모르의 독립기념식을 보았는데 4백여년간 식민통치를 했던 포르투갈의 말을 공용어로 채택하고,동족 20여만명을 학살한 인도네시아 메가와티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는 시인 구스마오 대통령의 모습은 피로 쓰여진 장엄한 서사시였고,변화를 억압하는 정부 역할이 무력화되는 미래를 보여주었다. 같은 날 첸지첸 중국 외교담당 부총리가 한·중미래포럼 한국대표단에게 탈북자 문제에 대해 "중국은 들어오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고 나가는 사람을 막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탈북자들에게는 복음이고 '구동존이'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동북아의 밝은 미래를 말하는 것이었다. 관용을 요구하는 '파룬궁'에게도,자유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대만에게도,조국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싶은 조선족에게도,독립을 요구하는 위구르인과 티베트인에게도 힘이 필요없는 변화의 미래는 올 것이라 생각된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