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국 진출'을 이유로 한국에서 돌연 철수, 거센 반발을 샀던 일본 도요타가 한국 재진출 1년만에 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공격적인 세(勢) 확장에 나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도요타자동차는 렉서스 판매가 급증하자 판매망을 종전서울, 부산에서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적으로 확장하기로 하고 딜러(판매대리점)모집에 나섰다. 도요타는 이 딜러들을 통해 내년 상반기 전시장을 1개씩 오픈하고 기존 딜러(서울 2개, 부산 1개)도 쇼룸을 1개씩 더 늘려 전시장을 현재 3개에서 내년 9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국에 상륙한 뒤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던 도요타가 공격경영에 본격 나선 것은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린 데다 당초 우려했던 `도요타에 대한 한국정부나 국민의 반감'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 도요타는 지난해 841대를 판매, 10.9%의 점유율로 단숨에 수입차시장에서 3위로치솟은데 이어 올해 1-4월 764대로 점유율을 18.4%로 끌어올리며 메르세데스 벤츠를제치고 2위로 뛰어올랐다. 앞서 도요타는 한국 자동차 산업이 걸음마 단계였던 1966년 대우차의 전신인 신진자동차와 제휴해 한국에 진출, 코로나를 생산.판매했으며 코로나는 신진이 만들기는 했지만 국산화율이 20% 수준으로 도요타 차와 다름없었다. 70년 2월 우리 정부의 `자동차 엔진공장 건설 추진 계획'에 따라 신진과 도요타는 당시 50억원을 들여 연산 20만대의 엔진공장을 세우기로 합의하고 합작투자 계획서까지 제출했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던 도요타는 `중국에 진출하기로 했다'고 정부에 통고, 곧바로 한국시장에서 철수해버렸다. 이유는 당시 주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밝힌 한국과 대만에 투자한 자 또는상사와는 교역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사원칙(周四原則)' 때문. 이후 신진은 도요타로부터 기술이전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엔진공장 설립을 위한 과도한 차입금 부담으로 부실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한국 자동차산업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도요타가 정부에 `중국 진출'을 선언한 것은 신진 뿐 아니라 어떤 업체나 기관과도 제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일개 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단교선언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요타가 한국에 다시 진출한 뒤 상당히 눈치를 보며 잠잠한 행보를 보였던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으나 지금은 한국이 당시 상황을 완전히 잊어버렸다는자심감을 가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keykey@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