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T 주식 11.34%를 확보한 SK텔레콤의 경영권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정관을 고쳐 SK텔레콤의 경영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거나 역으로 KT가 SK텔레콤 주식 10% 이상을 매입토록 함으로써 의결권을 무효화시키는 전략들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KT가 고도의 공익성을 갖고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정 대기업이 KT 경영권을 장악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는 정부의 입장도 일리가 없지는 않다. 또 SK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대기업의 입장을 고려한 타협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명분을 내세우더라도 의결권 무효화 등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이들 방안이 결코 정당한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멀쩡한(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매각해놓고 사후적으로 의결권을 제한하는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자체가 우선 말이 되지 않을 뿐더러 정관에 특정 주주의 경영 참여를 불허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주요 대기업들이 상호견제하는 구도를 만들어내겠다는 당초 계획이 무산되었다고 해서 이미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결정된 지분(의결권) 구조를 변경하기로 든다면 번거롭게도 경쟁입찰은 왜 실시했는지 궁금하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는 의결권 무효화 방안도 어처구니없는 일이기는 마찬가지다. 상법은 10% 이상 상호지분이 있는 모자(母子) 기업의 보유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상호출자를 규제함으로써 자본의 충실을 기하자는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항차 정부 자신이 적정한 가격을 받고 매각한 주식의 의결권을 무효화하는 전략으로 이 규정을 악용하기로 든다면 이는 주식 매각자로서의 신의성실에도 반할 뿐더러 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새삼 CEO 선임이나 사외이사 추천권을 강화한다는 것도 돈을 받고 나서 다른 물건을 내놓는 꼴이다. 이를 두고 공기업 민영화라고 부를 수는 없다고 본다. 공기업 민영화는 경영권을 민간에 넘겨 책임 경영의 효율성을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일 것이지만 KT 주식 매각은 돌아가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이와는 정반대다. 만일 해당기업이 고도의 공익성을 갖기 때문에 정부가 끝까지 경영권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면 그때는 차라리 민영화를 포기하는 것이 옳다. 민간기업은 다만 자본을 부담할 뿐 경영권은 정부가 틀어쥐기로 한다면 이는 민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국유화라고 불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