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5층 대회의실에서는 의미 있는 모임이 열렸다. 기협중앙회 산하 유통분과위원회(회장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장)가 모처럼 중소 유통업계를 비롯 학계 언론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중소 유통업계의 생존방안을 주제로 3시간 이상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진대 산업자원부 유통서비스정보과장은 밀려드는 질문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중소 유통업계 대표들의 요구사항이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들의 바람은 크게 세 가지. 우선 제조업과 벤처 등에 편중된 정책자금 혜택이 유통업에도 똑같이 제공돼야 한다는 것. 두번째는 중소 유통업체들이 생존하려면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정부와 학계가 함께 마련해달라는 것.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 틀이 온통 제조업에 맞춰져 유통업이 홀대받는 현실을 바로잡아 달라는 것. 한 참석자는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불과한 농림업을 지원하기 위해 농림부라는 부처가 존재하는데 20%가 넘는 유통업을 지원하는 부서가 산자부 일개 과(課)에 불과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 유통업의 생존전략을 얘기하는 자리에서 유통업 홀대를 비난하는 성토장으로 확대되는 순간이었다.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외부에 요구사항을 말하기 전에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동대문상권내 쇼핑몰인 프레야타운의 배관성 대표는 "최근 상가내에 패션아카데미를 열어 상인들에게 서비스 정신과 상인혼을 불어넣고 있다"며 "상인들의 참여 열기가 대단하다"고 전했다. 토론이 끝난 뒤 김경배 한국수퍼마켓연합회 회장은 "그동안 기협중앙회 안에서도 유통부문은 들러리에 머물렀는데 업계 학계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나누다보니 희망의 싹이 보이는 것 같다"며 말을 맺었다. 유통산업이 처한 현실과 밝은 미래를 동시에 비춰보는 이같은 모임이 자주 열리길 기대한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