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이라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공직에 마구 앉혀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점이겠지요."(모부처 국장) "앞으로 웬만큼 잘 알지 못하는 사이라면 업무관련해서는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겠습니다."(모부처 과장)


'최규선 게이트'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월드컵의 열기가 한창 고조될 만한데도 최규선 열풍은 좀체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권부의 감춰진 모습이 드러나고 고위당국자들의 언행이라는 미확인 증언이 전해지더니 결국은 대통령의 아들까지 검찰에 불려가는 지경이니 그럴만 할지도 모르겠다.


테이프의 녹음이나 관계자 진술이 과연 맞는 내용인지 일방적인 주장인지,무수히 제기되는 의혹과 설(說)은 또 사실인지도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무원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현직 대통령의 자제들과 측근인사까지 연루돼 말을 아끼는 분위기지만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마구 썼다가 휘말렸다"는 조심스런 지적들을 한다.


공무원,대기업과 제도권 금융회사,대학과 연구소,공공단체 등 '공인된' 곳에서 일해보지 않은 인물이 권력자 주변 등 힘쓰는 자리에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중앙부처 국·과장들의 이런 말은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진다.


그들은 공직에 발을 내디딘뒤 '곳곳의 지뢰밭'을 피해가며 20여년씩 경험을 쌓아온 경력자들이다.


올해 말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최씨와 같은 혜성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인재를 기용하는 '사용자'가 사람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하고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다른 공무원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최규선 게이트를 계기로 공직사회에는 외부인 기용과 교제에 매우 신경써야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기류가 공직사회의 폐쇄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개방직 계약직 등으로 공직사회에 외부 전문가를 대거 확충,신선한 활력소를 불어넣겠다는 정부의 기존방침이 후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썼다가 일 저지르면…." 이런 논리로 자질 갖춘 민간인사들이 공직으로 들어가는 길이 더욱 좁아질까 우려된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