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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의 스코틀랜드전 4-1 승리는 국민 모두의 마음을 시원하게 한 명승부였다.

당연히 수많은 찬사와 칭찬이 뒤따랐다.

히딩크 감독에게 거는 기대도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불과 몇개월전만 하더라도 언론이나 국민들이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선수기용에 문제가 많다"며 혹평한 것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장맛은 뚝배기 맛이라는 말이 있다.

냄비에 된장찌개를 끓인다면 보기부터가 맛깔스럽지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숙성된 된장의 깊은 맛과 이 맛을 장시간 우려내는 뚝배기야말로 절묘한 어울림이다.

우리 축구선수들도 이렇게 오랜 시간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조련되고 다듬어지면서 원숙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선수들은 쉽게 끓고 빨리 식는 냄비 같은 응원이 아니라 뚝배기처럼 은근하고 꾸준한 성원을 더욱 기대하고 있지 않을까.

얼마전 시사프로그램에서 최근의 사회현상을 두고 '리셋(RESET)증후군'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었다.

리셋증후군이란 컴퓨터가 말을 듣지 않거나 속도가 느릴 때 리셋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시스템이 작동되는 것으로,참을성이나 책임감이 없는 행동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이러한 리셋증후군은 소위 '빨리빨리'문화와 맞물린 우리의 조급성을 반성하게 한다.

컴퓨터에서는 자기가 해온 작업들을 단숨에 지워버릴 수도 있고 동작이 느리면 기다릴 필요 없이 재부팅하면 되겠지만 세상은,더구나 소중한 인생은 마음대로 간편하게 리셋버튼을 눌러 다시 시작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사실 우리 문화의 장점 중 하나가 투박한 질그릇에 담겨진 은근과 끈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 또한 오래전부터 뚝배기에는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의 미학이 담겨져 있다고 생각해왔다.

언제부터 우리에게 조급하고 경박스러우며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냄비 근성'이라는 말이 생겨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민족은 원래 '뚝배기 근성'을 갖고 있다는 문화론자들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다.

아침,구수한 된장찌개를 맛보면서 잠시 뚝배기와 같은 진중함을 필요로 하는 오늘날의 사회적 기대를 생각해보았다.

국민들은 뚝배기처럼 은근하고 꾸준하게 성원을 보내고,선수들은 장맛처럼 한결같고 시원한 플레이로 다가오는 월드컵 6월을 뜨겁게 달궈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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