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정부의 잇단 비용 부담 요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최근 재정경제부로부터 월드컵 입장권 1만7천9백90장(24억원어치)을 구입하도록 요청받았으나 일부 은행은 이를 거부, 절반 가량인 9천여장만 소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월드컵 공식스폰서인 국민은행의 경우 이미 월드컵 마케팅을 위해 입장권을 충분히 확보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고 다른 은행들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국가별 경기의 입장권은 구입을 꺼리고 있다. ▶한경 5월10일자 4면 참조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수익성에 도움되지 않는 일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게 요즘 은행들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또 정부로부터 '금융제도안내' 홍보물 제작 요청을 받고 고심 중이다. 정부가 마련한 이 프로젝트는 은행 보험 등 전체 금융권이 참여, 모두 22편의 홍보물을 만들어 교육방송(EBS)을 통해 방송하는 것. 은행권에는 3천2백만원의 비용이 드는 4편이 할당됐다. 크게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홍보효과에 대한 의문과 분담 기준 등을 놓고 은행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은행권에 막무가내로 부담을 지우는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실적이 호전되자 각종 '손 내밀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가적 행사나 공익을 앞세워 은행들에 부담을 주는 것은 또 다른 관치"라고 말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