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우유업계에 일반화돼 있는 고온(UHT) 살균법을 사용하면 우유의 비타민 성분이 최고 76.5%까지 파괴되고 칼슘 등 필수 영양소의 체내 흡수율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황인경 교수팀이 최근 한국조리과학회 주최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수용성 및 지용성 비타민의 가열에 대한 안전성 연구'에서 19일 밝혀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시중 우유 안에 함유돼 있는 수용성 비타민 5종과 지용성비타민 2종을 대상으로 UHT 살균 전후의 잔존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들 비타민이 고열 살균 과정에서 최하 9.45%부터 최고 76.52%까지 파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타민 성분별 파괴율을 보면 L-아스코르브산이 76.52%(오차범위 ±0.17%)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토코페롤 32.73%(±1.38%) ▲티아민 25%(±0.46%) ▲콜레칼시페롤 11.59%(±1.08%) ▲리보플라빈 9.45%(±1.46%) ▲니코틴산 4.39%(±0.8%) 순이었다. 그러나 조사 대상 비타민 중 레티놀은 UHT 살균에도 전혀 파괴되지 않았다. 이들 비타민 가운데 콜레칼시페롤(비타민 D3)은 우유의 주요 영양소인 칼슘과 인의 인체 내 흡수에, 티아민과 리보플라빈은 에너지 대사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며, 토코페롤(비타민 E)과 L-아스코르브산은 항산화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유의 주요 비타민 성분이 UHT살균 과정에서 상당부분 파괴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따라서 이들 비타민과 칼슘 등 주요 영양소를 원활히 섭취하려면 우유 제품에 대한 비타민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실험 결과 UHT 이후에 비타민을 강화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토코페롤과 같이 열파괴율이 높은 비타민을 캡슐로 싸서 보강하면 강화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분석 대상 우유 1ℓ당 비타민 함량은 L-아스코르브산 3.45㎎, 티아민 0.34㎎, 리보플라빈 1.27㎎, 니코틴산 1.14㎎, 레티놀 0.33㎎, 토코페롤 0.55㎎, 콜레칼시페롤 0.0028㎎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한편 국내 주요 우유업체들은 자사 제품 가운데 일부 성분이 첨가된 강화우유에만 비타민 등을 보강하고, 일반 우유에는 전혀 비타민이나 칼슘을 보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