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번화가인 신주쿠에 가면 고층빌딩을 '도배하고' 있는 옥외광고판이 있다. 이들 광고판의 주인공은 타케후지 아콤 프로미스와 같은 대금업체들.연 23∼29%의 금리에 최고 50만엔(5백만원)까지 신용으로 빌려주는 일본 대금업체들이 일본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신주쿠 시내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선 사채업체의 '후예'인 대금업체들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1위 업체인 다케후지의 지난해 3월 현재 대출잔고는 1조6천4백50억엔(약 16조원)에 이른다. 2위업체인 아콤의 대출잔고도 1조5천억엔에 육박한다. 상위 10개 일본대금업체중 6개 업체는 이미 일본 주식시장(1부)에 상장돼 있다. 일본 대금업체들의 성공비결은 이들 업체가 대출심사가 엄격한 은행과 달리 담보없이 돈을 빠르고 편리하게 빌려주기 때문이다. '사고싶은 물건이 있으면 빚을 내서라도 산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신세대들의 가벼워진 주머니를 공략하는 영업전략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무인대출심사기의 출현도 일본 대금업체의 성장에 한 몫했다. 대형 대금업체들은 전국적으로 각각 1천대가 넘는 무인대출 심사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금융소비자들은 간단한 기계조작을 통해 금융사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최고 50만엔까지 손쉽게 뽑아쓸 수 있다. 하지만 대금업체에 의한 폐해도 만만찮다. 과잉대출이 발생하면서 빚을 갚지 못해 자살하는 샐러리맨이 속출하고 있는가 하면 대금업체 때문에 발생하는 개인파산자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