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도 '다단계 판매' 비상이 걸렸다. 얼마 전 일선 교사들을 상대로 판매망을 넓혀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다단계 판매조직(회사)들이 최근에는 국내 굴지의 기업 임직원들에게까지 판매 세포조직을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다단계 판매조직이 기업에 파고들 경우 결과적으로 기업의 기존 영업조직 등에 '기생'하는 셈이 되고 조직력 및 영업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다단계 판매 회사들은 유명 대기업 직원일수록 거래 중소기업 등을 상대로 판매조직을 쉽게 확장할 수 있다고 보고 이들을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다. 기업 직원들 중에는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에 빠져 '부업' 차원을 넘어 다단계에 거의 전적으로 매달리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는 직장 동료들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아예 팀 단위로 나서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S생명의 경우 최근 전직 영업소장이 자신이 관리하던 보험모집인을 흡수, 다단계 판매조직을 만든 사례가 밝혀져 전체 영업점에 대해 비상점검을 하고 있다. 이런 사례가 확산되면 보험사 조직이 와해될 우려가 있지만 보험설계사의 경우 일반 직원들과 달리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강제로 다단계 판매를 금지시킬 근거도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회사 관계자조차 "피해 사례를 '발굴'해 전파하는 것 외에 다른 뚜렷한 대책이 없다"고 말할 정도다. 삼성 LG SK 등 일반 대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인사팀을 통해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서는 한편 사규상 '겸업금지 위반, 회사 이미지 실추' 등을 이유로 인사조치하겠다는 지침으로 내부 경고를 주고 있지만 다단계 판매 열풍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L사의 경우 연봉 6천만원을 받는 선임연구원이 다단계 판매로 전업, 사내에 '화제'를 일으키는가 하면 D사에서는 사내 게시판에 회사조직인지 다단계 판매조직인지 구분이 안간다는 얘기가 게재될 정도다. K사의 김모 과장은 "한두번 다단계 판매 참가를 권유받지 않은 직장인들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며 "동문 등을 통한 접촉도 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인사팀에 실태 파악을 지시하고 사규상의 겸업금지 조항 위반을 이유로 해고조치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S사는 최근 다단계 판매업에 종사한 직원 10여명을 해고조치하는 등 '극약처방'을 내리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부인 등의 명의로 사업을 하고 있어 적발이 쉽지 않은데다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가장한 다단계 판매 등 기법이 교묘해져 내부 단속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J사는 사내 전산센터를 통해 직원들이 수시로 다단계 판매 사이트에 접속, 온라인 판매를 하는지 여부를 체크하고 관련 사이트를 아예 차단하고 있다. A사 인사담당 안모 차장은 "다단계 판매로 인한 피해 사례는 곧바로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회사 내부자가 먹이사슬로 연결될 경우 조직관리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