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빅게임 시간대에 광고를 걸어라." 광고업계에 이같은 특명이 내려졌다.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월드컵 경기 중계시간대에 편성된 광고 판매를 시작하면서 기업 및 광고대행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협상권을 가진 일부 공식 후원사들은 한국전을 포함한 황금시간대 물량을 이미 대량 확보했다. 나머지 기업들도 보다 유리한 시간대를 잡기 위해 물밑에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광고업계는 이번 월드컵의 경우 한국전이 모두 프라임타임(SA급)인 오후 8시~10시30분에 편성돼 있어 평균시청점유율(시청가구수를 TV를 켜놓은 가구수로 나누고 100을 곱한 수치)이 80%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도 심야시간에도 시청점유율이 평균 50%를 상회했고 한국전은 70%를 웃돌 만큼 광고효과가 컸다. 하지만 광고료가 높게 책정되어 있어 서로 눈치만 살필 뿐 선듯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공식 후원사들 1백23억원 분량 확보=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FIFA(국제축구연맹) 공식 후원업체 15개와 국내 6개 후원사 등 21개 우선협상권자를 대상으로 특별판매를 실시한 결과 모두 1백23억원 어치가 판매됐다. 나머지 물량에 대한 일반판매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후원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한 기업은 KT와 자회사인 KTF. FIFA 공식 파트너인 KT(KTF 포함)는 KBS(2TV) 26억5천만원,MBC 26억6천7백만원,SBS 24억7천1백만원 등 모두 77억8천8백만원 어치의 광고물량을 선점했다. 이는 한국전이 포함된 전체 물량의 65% 수준이다. 따라서 KTF의 경쟁사인 SK텔레콤이나 LG텔레콤은 관련규정상 이 시간대에 비슷한 아이템으로 광고를 내보낼 수 없다. 국내 후원사인 금강고려화학(KCC)도 MBC가 편성한 광고 물량중 25억원 어치를 확보했다. 이밖에 아디다스 후지필름 포스코 등도 대행사를 통해 한국전을 중심으로 5억~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후원사들이 3백억원 상당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이하"라며 "아직 경쟁이 달아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15초 광고가 최고 3천69만원=막대한 광고효과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판매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은 단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광고주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는 것도 한몫 하고 있다. 3개 방송사의 광고 패키지 현황에 따르면 "쥴리메" "차범근" "대한민국"등으로 명명된 상품의 경우 8억~11억원에 달한다. 개막전 한국전 일본전 결승전 등이 포함된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국전의 경우 15초 광고료가 3천69만원으로 평상시 최고가인 저녁 9시 뉴스나 주말극 광고료(1천1백만원)의 3배에 가깝다. 한국전에 한 경기라도 광고를 내보려는 기업은 최소 2억원이 넘는 패키지를 사야 한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은 아직까지 광고 효과에 대한 확실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월드컵이 한국에서 치러지는 전무후무한 행사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가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광고공사 관계자는 "개막을 앞둔 27,28일쯤이면 광고 물량이 절반 남짓 소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