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헨리 블로젯,잭 그룹먼,매리 미커.이들에겐 적어도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잘 나가던 월가 애널리스트였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 때문에 전 재산을 잃을 위기라는 것.마지막은 최악의 경우 인신구속도 면키 어렵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통신산업을 담당했던 이들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월가에선 슈퍼스타로 대접받았다. 이들이 '매수' 보고서를 내놓은 주식은 어김없이 폭등했다. 덕분에 이들은 1천만달러를 넘는 고액연봉을 챙겼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동안 쌓아올린 부와 명성이 바람에 휘날리는 연기처럼 모두 흩어질 운명이다. 투자자들은 이들이 형편없는 기업을 유망한 기업으로 둔갑시키는 바람에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고서로 인해 처벌받은 애널리스트가 없다는 점 때문에 이들이 인신구속을 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투자자들의 분노가 높아 사법당국이 강경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감옥에서 수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이들의 '불운'은 스스로 자초한 것인가. 아니다. 과도한 매수 추천은 투자은행 내부시스템의 모순에서 비롯됐다. 그럼 어떤 연유로 애널리스트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남발했는가. 이는 1990년대 후반에 일어났던 하이테크 거품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하이테크 거품이 일면서 과거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거대한 시장이 형성됐다. 그리고 이 시장은 매우 수익이 좋았다. 물론 투자은행들이 이를 외면할리 없었다. 앞다투어 '골드 러시'에 뛰어든 투자은행들은 신출내기와 다름없는 신입직원들을 애널리스트와 투자분석가로 발령냈다. 너무 호황이어서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일손이 달렸기 때문이다. 투자은행은 이익창출의 지름길은 매출증대라는 것을 알았다. 특히 달아오른 시장에선 매출액 증대의 가장 빠른 방법은 직원을 대거 채용,영업력을 키우면 된다는 것도 주지했다. 애널리스트의 잘못된 보수 체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들의 연봉은 얼마나 많이 비즈니스를 물어오느냐에 좌우됐다. 그래서 애널리스트들은 좋은 내용으로 리포트를 꾸며 기업으로부터 호감을 사고,그 호감을 바탕으로 기업으로부터 채권발행주관 등의 사업을 따냈다.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애널리스트와 기업,투자은행과 기업간 서로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는 결국 투자자들의 분노와 실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에 대한 실망이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 전반의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는 돈을 모으고 배분하는 금융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이 금융시스템은 신용과 신뢰할 수 있는 정보에 의해 움직인다. 정보에 대한 신뢰상실은 곧 금융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월가가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신뢰 회복이다. 금융산업은 신뢰를 먹고 살기 때문이다. 만약 월가가 계속 신뢰를 잃어 버린다면 그곳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정리=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 -------------------------------------------------------------- ◇이 글은 미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5월13일자)에 실린 'How Corrupt Is Wall Street?'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