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장경찰이 선양의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가 탈북 주민 5명을 강제연행한데서 촉발된 중·일 외교마찰은 일본 영사의 동의 여부를 놓고 두 나라가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어 양측간 힘겨루기로 비화되는 인상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재국 경찰이 치외법권지역인 자국 공관을 멋대로 드나드는 것을 지켜본 일본 언론의 표정에는 착잡함이 묻어 있다.


언론은 외무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그 동안의 발표내용에 자신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중국에 파견된 일본 조사단이 본격 활동을 시작도 하기 전에 중국이 '동의를 얻었다'고 발표함으로써 국제여론 싸움에서 선수를 쳤다고 분석했다.


언론은 사건 발생 후 고이즈미 총리가 취한 태도와 외무성의 대응 등을 종합해 볼 때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하나 둘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안일한 상황판단,허술한 정보전달 체계 등으로 부실외교를 또 한번 드러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총영사관내에서 강제로 끌려나간 사람이 2명이었다고 발표한 뒤 5명으로 수정한 것과,부영사가 중국 경찰의 떨어진 모자를 집어준 사실,그리고 영사관 내부로 뛰어든 사람들이 연행되기까지 10여분이 지난 것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또 중국에 대한 항의 채널도 일관성 없이 상황에 따라 바꿔 왔으며, 대책본부가 설치된 것은 사건 발생 이틀이나 지나서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태를 가볍게 판단한 고이즈미 총리도 '신중히, 냉정하게 대처하라'는 원론적인 말로 초기대응을 잘못 유도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내건 외교의 캐치프레이즈는 '얼굴있는 외교'다.


자신의 소신대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며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그러나 자국의 치외법권이 유린되는 사태를 당하고도 중국의 배짱 앞에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마우치 마사유키 도쿄대 교수는 "이번 사건은 일본외교의 망신"이라며 "목숨을 걸고 공관으로 뛰어든 사람을 보호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기본"이라고 못박았다.


눈치를 버리고 제대로 된 길을 가는 것이야말로 얼굴있는 외교가 갖춰야 할 자세라는 일침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