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의 신뢰 경영이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용어를 남발하는 쇼호스트를 강력히 징계하는가 하면 소비자를 유혹하는 공짜선물을 선발업체들의 5%선으로 줄였다. 매출이 오르지 않을 것이란 내부 반발에도 불구,신뢰 확보가 성장의 밑거름이라는 이병규 사장의 지론에 따라 '뚝심 경영'을 하고있다. TV홈쇼핑은 최근 유통시장의 총아로 떠올랐지만 소비자들을 충동구매로 내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욱이 지난해 3개 업체가 새로 TV홈쇼핑 시장에 뛰어든 이후 경쟁 양상이 한층 치열해졌다. 현대홈쇼핑은 이같은 첨예한 경쟁상황 속에서도 "무리하게 매출을 늘리기보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길을 택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초에는 "후발 3사 가운데 유통업계내 기반이 가장 튼튼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부진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러나 2·4분기 접어들면서 신뢰경영의 위력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현대홈쇼핑의 1,2월 매출은 3백30억∼3백60억원으로 4백억원선을 훌쩍 넘어선 다른 후발업체들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4월엔 5백4억원을 기록했고 이달엔 5백63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상품 소개와 자막으로 충동구매를 유발하지 않는다=현대홈쇼핑은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주문폭주''매진임박'이란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 사장의 강력한 주문에 따른 것이다. 그는 지난 3월 전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PD와 쇼호스트는 매출에 연연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상품을 정확하게 설명할 것인지만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쇼호스트 한 명이 이 원칙을 어기고 매진임박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가 혼쭐이 났다"고 말했다. ◆경품·사은품을 줄인다=현대홈쇼핑에는 다른 홈쇼핑 채널에 비해 경품이나 사은품이 유난히 적다. 회사측에 따르면 경품이나 사은품이 선발업체들의 5%에 불과하다. 이는 성장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방침과 일맥상통한다. 선발업체들을 좇아 무분별하게 경품을 제공하다간 손실만 쌓이게 된다고 판단한 것. 게다가 경품 비용은 결국 판매가격에 전가되므로 소비자들에게 실익이 돌아가지 않고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대홈쇼핑측 입장이다. ◆단점도 밝힌다=제품의 단점도 밝히는 것이 현대홈쇼핑의 원칙이다. 가령 의류 소재에 대해 '면 70%'라고만 하지 않고 '면 70%,폴리에스터 30%' 등으로 명시한다. 제품 가격이 특히 저렴할 경우엔 왜 저렴한지 반드시 설명하게 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런 원칙을 지켜 신뢰를 쌓고나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