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이틀째 내렸다. 장중 사흘만에 1,270원대로 내려서는 등 1,280원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장중 포지션 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으며 수급은 공급우위인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단계적인 오름세를 타던 달러/엔 환율이 다시 내림세를 보이며 '달러 약세 추세'가 꺾이지 않았음을 확인시켰다. 외국인의 주식순매도가 2,000억원에 육박했으나 역송금수요 유입이 신통치 않은데다 매수주체의 부재가 반등 요인을 희석시켰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40원 내린 1,280.0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상승 개장했던 환율은 1,280원대에서의 물량공급과 역외매도 등으로 하락궤적을 그리며 사흘만에 1,270원대로 진입했다. 그러나 역외가 달러/엔의 반락이 어렵자 매수에 나서고 달러매도초과(숏)포지션을 커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1,280원대를 회복하는 등 공방이 이어졌다. ◆ 박스권 VS 추가 하락 = 시장은 일단 1,280원을 축으로 공방이 어느 한쪽으로 갈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280원대에서의 박스권 움직임'과 '하락기조 유지 속 저점 확인'을 놓고 수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일단 전 저점(1,276.60원)을 향한 하향 시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큰 그림으로 전 세계적인 달러 약세속에 달러/엔이나 달러/원도 편입됐다"며 "물량 공급이 이뤄졌고 일부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있었으나 장 후반 달러/엔 따라 밀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주에도 하향 트렌드가 계속 이어지면서 전 저점에 대한 하향 돌파가 시도돼 1,270∼1,290원 범위가 형성될 것"이라며 "국내 수급상 외국인 주식매도자금도 외환시장에서 나오지 않고 채권에 단기투자를 하고 있어 수요가 그다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장중 포지션이 남다가 막판 역외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280원이 가까스로 지지됐다"며 "수급상 역내는 공급우위였으며 1,280원이 작년부터 애를 많이 먹이는 레벨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시장 전망이 1,280원대 중심의 장세로 가느냐와 하락 기조를 유지하느냐로 엇갈려 있다"며 "일단 장중 전 저점을 깨기 위한 하향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거래범위는 1,270∼1,285원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 달러/엔 소폭 하락 = 달러화 약세가 기술적인 조정을 받던 흐름이 다시 뒤집어졌다. 전날 뉴욕에서 증시 하락 등으로 128.35엔으로 떨어진 달러/엔 환율은 이날 무디스가 일본 신용등급을 2단계 하향 조정할 것이란 예상으로 반등, 대체로 128엔대 중반을 거닐었다. 그러나 달러/엔은 무디스의 발표가 연기되면서 런던장에서 급락 흐름을 띠며 128엔을 위협하는 장세를 보였으며 오후 4시 46분 현재 128.03엔을 기록중이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2,140억원의 매도우위인 반면, 코스닥시장에서 186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외국계증권사인 워버그창구를 통해 삼성전자 주식 팔자가 적극 이뤄졌다는 설이 나돈 가운데 전날에 이어 주식순매도가 이어졌으나 환율에 미친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주가도 이날 전날보다 20.74포인트, 2.47% 내린 817.93에 마감, 지난 2월 26일 801.14 이후 최저치를 가리켰다. 증시 여건의 악화는 환율 낙폭을 제한하는 정도에 그쳤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1.60원 높은 1,284원에 출발한 환율은 다음 거래가 1,282원에 체결된 뒤 1,282.80원까지 올라섰으나 네고물량 등에 떠밀려 10시 21분경 1,280.20원까지 흘러내렸다. 이후 환율은 달러/엔의 반등으로 추가 하락이 저지된 채 1,280∼1,281원선을 오가다가 물량공급과 달러매도(숏)플레이가 성행, 11시 39분경 이날 저점인 1,277.50원까지 밀렸다. 추가 하락이 저지된 환율은 1,278원선으로 되올랐으며 1,278.30원에 오전장을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낮은 1,278.20원에 오후장을 연 환율은 1시 32분경 1,277.70원으로 내려선 뒤 역외매수 등으로 2시 27분경 1,279.70원까지 반등했다. 추가 상승이 막힌 환율은 1,279원선을 맴돌다가 달러되사기(숏커버)가 급격하게 진행, 3시 33분경 1,282원까지 낙폭을 줄였다. 그러나 달러/엔의 반락이 진행되면서 다시 미끄러진 환율은 1,279원선으로 재진입했다. 이날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84원이며 저점은 1,277.50원으로 장중 6.50원이 이동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8억9,64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8,09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스왑은 각각 3억4,000달러, 4억3,110만달러가 거래됐다. 11일 기준환율은 1,280.1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