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수원까지 40km 남짓한 구간에 철도선을 새로 깐다면 얼마나 필요할까. 대략 셈해봐도 8조원 가량이 들어간다. 국가 1년 예산의 8%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돈이다. 하지만 이처럼 막대한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새로 철도선을 놓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거두는 길이 있다. 바로 배차간격을 줄이면 되는 것이다. 가령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12분으로 돼있는 배차간격을 6분으로 줄이면 인원 수송량은 같은 시간에 두배로 늘어나게 된다. 배차간격을 좁히는데는 정밀한 철도신호제어시스템과 지능형교통관리시스템(ITS)이 필수적이다. 경봉기술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업체다. ◆ 골리앗을 이긴 다윗 =1988년부터 시작된 국내 철도 전산화 프로젝트 입찰은 10여년 동안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사가 휩쓸다시피 했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이들 두 골리앗은 신규 프로젝트 입찰에 명함을 거의 내밀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경봉기술이 신호제어 핵심기술의 하나인 중앙집중제어(CTC) 솔루션을 개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봉기술은 지난해 철도청이 발주한 CTC 입찰에서 1백% 수주에 성공했다. 비결은 뛰어난 기술력과 탁월한 원가구조. 외국업체들이 독점해온 솔루션을 국산화, 몇백억원 단위로 이뤄지던 낙찰가를 수십억원 단위로 대폭 낮추면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 정밀성 요하는 철도 소프트웨어 =CTC솔루션은 여느 소프트웨어와는 성격이 다르다. 보통 기업용이나 개인용 소프트웨어는 다소 허술한 구석이 있어도 사용하면서 오류를 잡아가도 되지만 철도용 소프트웨어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루 수백량씩 지나가는 열차와 철로에 적용되는 까닭에 실전 경험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경봉기술이 1998년 CTC솔루션을 개발하고도 2년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경봉기술이 도약의 계기를 잡은 것은 1999년 7월 대우중공업등 국내 철도차량 3사가 통합돼 한국철도차량㈜(KOREX)으로 발족하면서다. 창원에 설치한 4㎞ 가량의 사철(私鐵)에서 개발한 CTC솔루션의 성능시험을 할수 있었고 마침내 실전에 써도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 철도 전산화 예산과 비례하는 매출액 =건설교통부는 오는 2010년까지 8조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 4천㎞의 철도 운영을 전산화할 예정이다. 경봉기술의 성장률은 매년 늘어가는 철도 전산화 프로젝트 예산 증가율과 거의 비례한다. 2000년 68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백17억원으로 뛰었으며 올해는 1백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