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한빛은행에 통합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금융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설립된 '우리금융지주회사'가 미국계 컨설팅회사인 AT커니에 이들 3개 은행 기능 재편 방안에 대한 용역의뢰 결과 '자회사 형태의 경남은행 광주은행 한빛은행을 합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고서를 받은 데서부터 시작됐다. 이 결과에 대해 '은행의 대형화가 대세'라는 의견을 가진 쪽에서는 고무적이었을 것이고,은행정상화를 위해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해 온 지방은행 쪽에서는 수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지방경제와 맞물려 해당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장과 경제인들의 반대성명은 물론 주민들이 참여하는 '합병반대 궐기대회'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거품을 제거하고자 기업간,금융회사간 합병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극한적인 노사 대립과 구조조정 반대를 경험했다. 이에 정부는 금융부문 강제 합병방식의 문제점을 없애고,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금융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해 세 은행을 두게 됐다. 은행간 독자성을 살려 이질감과 반발을 줄이려는 이 제도는 현재 각 은행의 여러 가지 경영지표들을 볼 때 '경영정상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 '합병론'이 또 다시 나온 것이어서 두 지방은행의 반대는 이미 예고됐던 것이다. 합병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경남은행 광주은행의 규모 및 내부 역량으로는 독자적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기 어렵다는 대목이다. 하지만 두 지방은행은 안전성 수익성 건전성에 관한 지표에서 국내 상위은행에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 지방은행의 미래를 규모로만 비교해 생존력을 가늠하는 것은 논리 부족이다. 금융 선진국에 있는 수많은 소규모 지방은행의 생존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규모의 경제론'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으며,거기에 바로 지방은행 특유의 틈새시장(Niche Market)이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둘째,세 은행이 합병해야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 지방은행은 지난 1960년 후반부터 70년 사이에 생겨났다. 그 목적은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을 지역에서 활용함으로써 금융의 중앙집중화를 막고,지역의 중소기업들을 육성하자는데 있다. 이것은 당시 시중은행들이 지역경제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며,실제로 98년 6월 지방은행 퇴출 때 지역경제는 큰 혼란을 경험했다. 셋째,대형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규모로 볼 때 한빛은행의 10% 정도에 불과한 2개의 지방은행을 통합할 경우 기업가치 측면에서 국민·주택은행 합병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이질적인 조직 문화와 정서 등으로 인해 부정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시도금고 및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이탈이라는 역효과마저 우려된다. 경남은행의 독자생존을 위해 서명한 지역주민은 무려 1백만명이 넘는다. 또 2000년 말 완전감자 및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가 대주주가 되기전 액면가 미달 상황에서도 두차례에 걸친 2천5백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내고장 은행' '우리 은행'이라는 주인의식으로 참여한 지역민들의 열정을 컨설팅사는 어느 만큼 계량화했는지 궁금하다. 우리금융지주회사는 '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한다는 당초의 설립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즉 부작용이 상당한 '합병 방식'보다 '지주회사 방식'을 선택한 의도를 살리라는 것이다. 지주회사 설립으로 은행의 구조조정은 완료됐으며,이를 이용한 은행정상화도 성공했다. 얼마 전 경남·광주·한빛은행은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정상화'를 인정받은 바 있다. 이는 물론 은행들이 '독자생존'이라는 의지를 갖고 노력해 이룩한 것이다. 그런데도 '컨설팅회사의 합병 방안대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역할은 이들 은행이 각자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