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지난해 11월19일부터 한시적으로 인하했던 자동차 특소세를 오는 7월부터 종전대로 환원하려는 정부 방침에 미국 무역대표부가 인하세율을 계속 적용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참으로 터무니없는 압력이고 내정간섭적인 미국의 오만한 자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7월 이후에도 인하된 세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지난 98년10월 한·미자동차협상에서 타결된 양해각서이다. '한국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외국자동차의 시장접근에 적대적 영향을 주는 어떠한 조치도 택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억지주장의 근거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특소세 인하는 경기조절을 목적으로 탄력세율을 적용한 것으로 기본세율 인하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그런데도 특소세 환원을 미국차 판매에 불리한 조세정책으로 해석하고 협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억지논리이자 내정간섭이라고 단언할 수밖에 없다. 특소세는 국산차나 수입차에 모두 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수입차에 대해 특별히 불리한 제도가 아니다. 그런데도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는 이면에는 특소세가 환원되면 미국산 고가 대형차의 세금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판매가 부진해질 것이고,GM이 인수한 대우자동차의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계산이 깔려있을 수 있다.그러나 그런 문제는 자동차의 품질경쟁력과 마케팅 등으로 풀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특소세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사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양국간 우호협력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은 이점을 분명히 인식해 더이상 억지주장을 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도 조만간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측의 무리한 요구에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슈퍼 301조의 무역보복 카드를 들이댄 98년 당시 합의한 승용차 특소세 30% 인하 조치는 이미 기본세율 인하로 반영돼 있으므로 탄력세율은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시적인 특소세 경감조치를 연장적용할 것인지의 여부는 좀더 검토해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같은 검토는 어디까지나 국내 경기상황이나 자동차산업의 발전 등 정책적 필요에 따라 판단하고 우리 정부 스스로 결정해야 할 성질의 것이다. 미국의 입김에 따라 왔다갔다 할 문제는 결코 아니고 그렇게 돼서도 안된다는 점을 정부가 충분히 헤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