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이렇게 본다 - 전병서 대우증권 기업분석부장 ] 삼성전자의 강점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은 절묘한 구조조정과 타이밍이다. 기업의 수명이 30년이라는 주기설을 믿는다면 삼성은 이미 99년에 사라졌어야 할 회사다. 삼성은 98년과 99년에 걸쳐 종업원의 20%를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소리없이 해치웠다. 지금 세계 IT업체들이 난리법석을 치는 일을 3년전에 한 것이다. 그 결과 이제 삼성은 넘쳐나는 돈을 주체 못하는,새로 태어난 세살짜리 초우량 종합전자메이커가 됐다. 삼성의 사업구조는 반도체,통신,디지털정보가전으로 황금분할돼 있다. 이러한 사업구조는 IT경기변동에 대한 완충력 차원에서 여타 세계적인 단일 아이템회사와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최고경영자의 혜안과 경영전략도 돋보인다. 삼성의 경영모델은 일본식 정신과 미국식 실무가 결합된 한국의 독특한 모델이다. 삼성은 일류대부터 지방대까지를 망라해 한번 잘 만들면 1백년 간다는 콘크리트 같은 조직을 만들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삼성전자 최고경영자들은 반도체경기가 바닥을 치면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 미국 반도체회사 CEO들은 불황속에서도 10∼15년씩 자리를 지키며 다음 경기호황을 준비하는데 말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작년 반도체경기가 85년만에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음에도 최고경영자를 바꾸지 않았고 금년에는 다시 사상최고치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성숙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술 일등주의도 자기강화작용을 하고 있다. 삼성은 값싼 가전제품에서 시작했지만 반도체에서 세계일류 품목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해 마침내 일류의 반열에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