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후보의 경제정책은 민중주의(populism)에 바탕을 두었다. 그래서 거칠고 반시장적이다. 그런 경제정책은 많은 시민들에게서 선택의 기회를 앗아간다. 그의 개인적 매력이 아무리 커도,그의 경제정책은 적잖은 시민들로 하여금 다른 후보를 고르도록 할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바꿀 길은 없는가? 노 후보가 자신의 반시장적 정서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장은 외모가 추한 '개구리 공주'와 같아서,그것에 대한 호감은 많은 지적 투자를 통해 그것의 좋은 점들을 깨닫게 되면서 서서히 형성된다. 다행히 그의 거칠고 반시장적인 경제정책은 시장경제 체제에서 받아들여질 만한 모습으로 다듬어질 수는 있다. 거센 비난을 받은 "정부가 재벌회사들을 사서 주식을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주라"는 주장까지도 그렇다. 현대 사회에서 가난한 국민들을 보살피고 평등을 도모하는 것은 정부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정부가 평등을 위해 시민들의 재산을 시장을 통해서 사들이는 것은 정당화된다. 이 경우 시장을 통한 거래인 만큼 강제적이지 않고,파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도 충분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사들인 재산을 노동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물론 문제가 된다. 분배될 재산을 정부가 이미 가진 경우,그런 정책은 당연히 수월해진다. 지금 우리 정부는 토지와 국영기업이라는 형태로 큰 재산을 가졌다. 만일 정부가 그 재산을 증권화해서 아주 가난한 사람들에게,예컨대 가난한 5%의 국민들에게 나누어 준다면,가장 가난한 무산계층은 단숨에 유산계층이 될 것이다. 이 정책의 멋진 점은 손해 볼 사람들이 없어서 저항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히 멋진 점은 민영화 과정에서 국유재산이 헐값에 재벌들이나 외국인들에게 넘어간다는 걱정이 가신다는 사실이다. 국영기업들의 민영화를 반대하는 논거들 가운데 하나가 그런 걱정이었으므로,이 방안은 민영화를 돕는다. 지금 노 후보는 국영기업들의 민영화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 만일 국영기업들의 민영화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정부재산 분배를 한데 묶는 정책을 내놓으면,그는 정치적 부채 하나를 덜고 정치적 자산 하나를 얻을 터이다. 논란을 불러온 그의 다른 주장들이나 정책들도 같은 방식으로 시장경제 체제에 맞게 다듬어질 수는 있다. 무엇보다 긴요한 부분은 시장을 통해서 정책들을 집행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판단이 모여 나온 결과이므로 시장은 민주적이고,자유롭고,효율적이고,모두에게 이롭다. 이러한 정책적 적응은 그의 민중주의 때문에 그의 작지 않은 매력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되돌려 줄 것이다. 이것은 물론 그에게도 이롭다. '중앙 투표자 정리(median voter theorem)'가 가리키는 것처럼,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으려면,그는 중도적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고,시장경제 체제에 맞는 경제정책은 그렇게 하는 길이다. 어떤 뜻에서 노 후보에게나 시민들에게나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정책적 적응이 그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큰 도움이 되리라는 점이다. 지금 그의 가장 열렬한 지지자들은 비현실적인 민중주의 정책들을 외친다. 대통령이 되면,그는 그들로부터 그것들을 시행하라는 거센 압력을 받을 것이다. 만일 그가 시장경제 체제에 맞게 정책들을 다듬어 내놓고 선거에서 이기면,그것들은 시민들의 위임사항(mandate)이 돼 극단적 지지자들의 압력을 막아내는 방책 노릇을 할 것이다. 노 후보는 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조지 맥거번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당 조직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의 처지에서 경선에 출마했고,민중주의적 개혁을 내걸었고,젊은 세대들의 열정적 지지를 받았고,당이 후보를 뽑는 방식을 바꾼 데 크게 힘 입어 후보로 뽑혔다. 그런 유사성이 본선에서의 패배까지 이어지지 않으려면,그는 정책들을 우리 체제에 맞는 모습으로 다듬어야 할 것이다.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