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이른바 '최규선(미래도시환경 대표) 게이트'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공개된 최씨의 육성 녹음테이프에서 김대중정권 초기에 정권과 대기업간의 친소관계가 드러난데다 포스코 유상부회장이 겪은 사례처럼 최씨와 관련된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씨의 육성테이프에 따르면 DJ 정권은 초기에 대우와 현대는 도와줘야할 기업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반면에 삼성은 `손봐줄' 대상으로 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최씨는 97년말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의 방한을 성사시킨 사실을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에게 보고하러 간 자리에서 김대통령이 대우를 도와줄 것을 지시한 것을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지시는 '대우를 도와주게. 김우중씨 같은 사람 없네. 차기 전경련회장이 될 것이네. 나 도움을 많이 받았네. 그리고 (알리드 왕자를) 이회사 저회사 만나게 하지 마. 그냥 대우만 만나서 투자유치를 시키게'라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알리드 왕자는 대우에 1억5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해 대우는 엄청난 쾌거를 올리게 됐다고 최씨는 주장했다. 전경련 회장과 관련해서는 대우 김회장은 최종현회장의 별세로 98년 9월 실제로 전경련 회장에 취임하게 돼 최씨가 김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말이 실현됐다. 재계에서는 김대통령과 김회장이 이처럼 정권 초기에 상당히 긴밀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에 현재 해외도피중인 김회장에 대해서도 현 정권이 계속 관심을 갖고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씨는 이와 함께 현대의 경우도 김대통령 당선자가 도와줄 대상으로 찍어줘 현대자동차에 5천만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의 경우 정권 입장에서 손봐줄 대상이었는데 최씨 자신은 삼성을 돕다가 사정의 표적이 돼 권력 핵심부에서 제거되는 불운을 겪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는 98년 여름 내사가 시작될 당시 만난 모의원으로부터 '지금 재벌 버르장머리 고친다는데 니가 지금 이건희회장 만나고 그 사람 비행기 타고 사우디라아비아에 가서 난리법석을 떨어버리면 위에 있는 사람들은 뭐가 되겠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혀 삼성에 대한 정권의 시각을 내보여줬다. 삼성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시 외자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자가용 비행기를 빌려주기는 했으나 이회장과 최씨가 만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최씨의 테이프에서 드러난 정권과 대기업의 관계에서 아이러니는 도와줘야할 기업으로 나타난 대우와 현대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반면 손보려 했던 삼성은 오히려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잘 나가고 있는 점이다. 한편 최씨 문제와 관련해 대기업들은 대부분 외환위기 당시 알리드 왕자와 조지소로스의 방한과 외자유치 등을 성사시키며 실력을 발휘한 최씨를 만나보기를 희망, 대부분 기업들이 최씨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푼의 외자가 아쉬운 당시에 외자유치에 실력을 보였던 최씨를 대부분 기업이 만나고자 했다"며 "최씨 문제가 경제계로 확대될 경우 외환위기 이후 쌓아온 국가 신용도, 기업의 브랜드가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김현준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