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에 유독 사채시장에서만 반사회적 초고금리와 불법적인 채권추심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뒤늦게나마 국회는 고금리규제에 관한 정부안과 의원입법청원안을 참고,지난 2월 '대부업등록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재경위안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아직 국회 법사위 심의조차 제대로 못하고 표류중이다. 국회의 늑장대응에 사채시장은 폭리 영업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이같은 사채시장은 매년 새로운 피해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첫째, 이자가 원본을 훨씬 웃도는 연 1백20%이상의 이자율은 보통이고 연 1천5백%의 기상천외한 이자율 약정이 등장하는 등 사채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91개 사채업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 1백% 이상의 이자를 받는 사채업자가 약 90%에 달했다. 둘째,채무자를 협박·폭행하거나 못살게 구는 불법채권추심행위를 비롯 지구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체포기 각서'가 성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신변위협을 느껴 자살하거나,빚을 갚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셋째, 상호저축은행을 비롯한 제도금융권은 물론 검은 돈도 사채시장에 속속 유입되고 있다. 넷째, 일본을 비롯한 외국의 사채업자들이 대거 국내에 진출했다. 특히 일본 대금업체는 대출잔액만 6천억원을 넘어섰고,연 3백%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일본 대금업체가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활개를 치는 이유는 자국의 2중 3중 규제를 피해 우리나라에서 연 1백%의 이율만 챙겨도 큰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국회가 법안을 제대로 심의 못하고 미루는 이유는,시장논리에 대한 미련과 함께 일부 시민단체 및 소비자단체들이 이 법안을 반대하고 폭리제한법의 부활을 강력히 촉구한 것도 한 원인이다. 언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지만 4백여명의 법학자 및 변호사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법안에 따르면 사채업자에게 등록을 의무화하고,개인 또는 소규모법인에 대한 3천만원 이하 여신에 대해서는 최고 연 90%를 초과한 이자를 받을 수 없게 했다. 또 이미 지급한 초과이자에 대해서는 반환청구권을 인정하고,그밖에 여신금융기관 및 대부업자의 폭행 협박 사생활침해 등 불법적인 채권추심행위를 금지하고,위반시 형사처벌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다만 고리규제는 규제완화차원에서 3년 한시법으로 한다. 그러니까 이 법안은 최고이율을 정했던 종래의 이자제한법과 일본의 대금업법을 적당히 결합한 형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사채업자를 양성화해 이를 규제하려면 시종일관 사채업규제에 초점을 맞추어야지,제한최고이율을 이 법에서 설정하고자 하는 것은 법리상 무리가 따른다. 대부업자를 단속하는 법규와 제한이율을 설정하고 무효로 하는 법규는 그 기본성격과 적용범위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고리채가 어디 사채업자만의 문제인가. 일본도 제한최고이율은 이식제한법에서 규정하고,대금업단속과 반사회적 고리는 대금업규제법과 출자취체법에서 규정한다. 그럼에도 법안에서 설정한 최고제한이율이 지나치게 높다. 최근의 사채이율을 고려해 정했다고 하지만,사채업자의 양성화에 초점을 맞췄지 고리규제에 대한 의지를 찾을 수 없다. 우리나라 이자제한의 역사를 보거나 미국 등 외국의 예를 보아도 최고이율을 연 40% 이상으로 하면 그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에도 무효로 하는 제한이율은 이식제한법에서 최고 연 20%로 정하고,대금업자에게 형사처벌을 가하는 고리의 기준은 연 29.2%다. 끝으로 제한최고이율을 규제완화차원에서 한시법으로 정하는 것은 규제완화의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고리규제에서 모호한 대증요법으로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대금업규제와 함께 권리구제면에서 강화된 이자제한법도 함께 부활해 고리채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 인간의 탐욕성에 근거를 둔 고리채를 규제하는 것은 사회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studdean@yonsei.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