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3일 회의를 열어 민간위원장에 정부가 내정한 이진설 서울산업대 총장 대신 강금식 성균관대 교수(61·기존위원)를 선출했다. 하이닉스반도체 이사회가 정부와 채권단의 매각방침을 뒤엎은 데 이어 정부 외곽의 위원회까지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든 결정을 내린 것이다. 공자금위원회는 공적자금 집행과 회수를 최종적으로 추인,결정하는 반민반관(半民半官)의 기구여서 향후 위원회 운영이 주목된다. 정부는 이 총장을 민간위원장으로 내정해 놓은 채 새 위원으로 위촉했는데 민간위원들에 의해 정면 거부당하자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정부는 전임 박승 위원장(한국은행 총재)에 이어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출신인 이 위원이 골치아픈 공적자금 문제를 정부측과 조율하는 데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자위 업무를 담당하는 재정경제부는 며칠 전부터 민간위원들을 상대로 이 총장의 민간위원장 선임을 종용했으나 민간위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이날 조찬간담회에서 전격 반기를 들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민간위원장도 정부측이 위촉한 위원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동안 이 위원을 밀었다"며 "그러나 민간위원들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민간위원은 "정부 관계자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위원장 선출건을 부탁했었다"며 "공적자금 운용을 감시감독하기 위해 만든 기구를 정부 마음대로 하려는 데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민간위원들이 지나치게 '몽니'를 부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민간위원들이 이 위원 내정에 반발해 선택한 강 위원이 여당에 몸담은 정치인 출신이어서 '민간 자율'이라는 논리에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강 위원은 △87년 평민당 창당발기인 △88년 13대 의원 △91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을 지냈다. 강 위원은 여당 추천으로 공자위원이 됐다. 이런 파장이 벌어지자 이 위원은 간담회 도중 퇴장,위원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공자위는 정부와 민간의 복수 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 정부에서는 전윤철 경제부총리가 당연직 위원장이다. 민간위원장은 민간위원끼리 호선(互選)한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