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이사회의 양해각서 부결에 이어 마이크론 측도 협상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재협상 가능성에 한가닥 기대를 걸어왔던 정부와 채권단으로서는 황당해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물론 국민들로서도 여간 당혹스런 사태 전개가 아니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처럼 전해졌던 것이 불과 10여일 전인데 이 짧은 며칠동안 '된다,안된다'로 엎치락뒤치락이 거듭됐고 결국 결렬로 귀착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보여준 우왕좌왕하는 모습들도 그리 유쾌한 장면들이 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협상 책임자들이 핵심 쟁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기나 했던 것인지부터가 의문이 들 정도다. 하이닉스 측 이사회가 양해각서를 부결시킨 직후 정부와 채권단이 노골적으로 과민한 반응을 드러낸 것도 상대방이 있는 상황에서 결코 잘한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 정부가 힘으로 밀어붙인다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흘러나왔고 채권단 내부, 심지어 협상대표단 내부에서조차 견해들이 엇갈렸다는 것이고 보면 협상의 실패는 어쩌면 예고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이크론이 '철수(withdraw)'를 선언한 지금에조차 '철수'라는 용어에 대한 해석문제를 운운하며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 협상전략과 비전의 부재는 거론하는 것이 차라리 민망할 정도다. 왜 이렇게 조급증을 부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상대가 있는 일이다. 설사 불가피하게 재협상을 해야할 경우라도 이렇듯 스스로 다급한 모습을 내보여서야 될 일인가 말이다. 우리는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하이닉스 측이 차분히 모든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기회를 가질 것을 권하고자 한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꿰어서는 쓰지 못하듯이 사태의 자초지종을 되돌아보고 하이닉스는 과연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면밀하게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이 지금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