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 아사히(朝日新聞)에 노벨화학상을 받은 일본 과학자의 탈세 사건이 보도됐다. 그리고 같은 날 한국 국세청은 '5만2천여명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고 있는지 특별 감독해 보겠다는 것이다. 일본 국세청은 노벨상 수상자의 탈세까지 조사해 세금을 추징하는데,한국 국세청은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 가운데서나 탈세자를 찾아내려는 듯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교수나 학자들을 세무사찰 한다는 말은 없다. 일본의 저런 모양을 보면서 한국의 이런 형편은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서운한 면이 있다. 일본엔 학자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어 막대(?)한 부를 축적해 탈세 문제가 일어나기도 하는데,한국의 학자들이란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2001년도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인 일본의 노요리 료지(野依良治·63) 나고야(名古屋)대 교수에게 일본 국세청 나고야사무소는 2000년까지의 과거 7년 간 3천2백만엔의 수입 신고액이 누락됐다고 판정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 중과세,1천5백만엔의 추징액을 물렸다. 이 교수는 우리 돈으로 약 3억2천만원을 수입 신고에서 누락시켰다가 1억5천만원을 추징당한 셈이다. 이에 대해 그는 "책임을 통감한다. 외국에서의 수입에 주의 부족했다"며 추징금을 납부했다. 평생 '유리상자 속의 수입'으로 국세청의 특별 감시를 받아보지 못한 한국의 대부분 학자들에게는 그런 감시라도 한번 받아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 어디서라도 그저 평범한 교수나 학자들이란 단순 '월급쟁이'정도에 불과해 도대체 수입이 그렇게 많은 경우가 거의 없다. '억(億)'단위 수입을 감췄다가 역시 '억'단위의 세금을 추징 당하는 일은 보통 학자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노요리 교수의 경우,말썽난 부분은 모두 외국에서의 수입인 듯하다. 일본에서는 학자가 외국에서 행한 강연에 대한 사례나,외국에서 받은 상금도 모두 과세 대상이 되는 것 같다. 그는 2001년 가을 필요한 화합물만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주는 '부제(不齊) 합성'이라는 방법의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에 앞서 1997년 그는 화학 분야에서 잘 알려진 '아더 코프상'을 받았고,1999년에는 사우디로부터 '파이잘 국왕상'도 받았다. 그는 이런 상금과,외국 학회 등의 강연 사례금 등을 신고에서 누락했던 것이다. 한국의 경우,노벨상 받고 외국 나가 강연해 돈을 받은 교수는 아직 없다. 그렇지 못한 정도의 학자라면 외국에 초청받아 강연할 경우라도 세금 추징을 거론할 수준은 못 되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가. 한국 교수들은 엉뚱한 노력으로 부수입을 올리려고 안달하는 수가 많다. 그 하나가 감투다. 교수라는 사람이 '감투 사냥(獵官)'에 나서기도 하고,학교 총장 선거에 나서는 교수도 점점 더 많아지는 듯하다. 이렇게 얻은 감투로 그 사람들이 하려는 일은 대개 판공비를 챙기려는 것이란 의심이 든다. 실제로 어느 총장은 학교에 가짜 영수증을 내고 그 돈을 자기 호주머니에 빼돌린 것으로 유명해 졌을 정도니까-. 일부 교수의 논문수 뻥튀기 역시 수입과 관련 있다. 교수업적 평가제를 시행하면서 발표 논문수를 평가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논문수를 늘려 연구비를 더 받아 내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는 소위 국제기구(SCI)에 등록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해야 연구비가 생긴다. 인문사회계도 그와 비슷한 제도를 만들기에 분주하다. 따라서 오늘날의 교수는 자기 연구실에 앉아 연구만 한다고 잘 하는 일이 아니다. 노요리 교수는 "학술과 예술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며 "베토벤과 모차르트를 비교할 수 없듯이 노벨상은 목표를 내걸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50년 간 30여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일본 정부 발표에 대해 그는 "이런 계획은 학술을 왜곡하는 몰지각한 처사"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다. 학문도 다른 모든 분야가 그렇듯 '돈 판'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parkstar@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