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의 매각 본계약 체결로 전 대우그룹 계열사의 정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1998년 대우 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실시 직후 초기부터 정상화를 위해 과감한 지원으로 방향을 잡았던 기업들은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외매각을 추진했던 기업들은 2년여동안 매각작업이 표류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비교적 헐값에 팔리거나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선(先)정상화는 '합격'=가장 먼저 정상화된 계열사는 (주)대우와 대우중공업. 채권단이 일찌감치 회생시키기로 가닥을 잡은 두 회사는 대폭적 부채탕감과 기업분리 출자전환 등을 통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주)대우에서 분리돼 나온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등은 안정된 영업기반을 유지하며 정상궤도에 진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매출 6조3천5백억원 영업이익 1천34억원을 기록했다. 부채 1천억원을 조기상환한데 이어 올 1·4분기엔 경상흑자를 달성,올해안으로 워크아웃에서 탈피할 전망이다.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된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종합기계도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정상궤도에 안착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3조1백억원 순익 1천6백억원,대우종합기계도 매출 1조5천4백억원 순익 8백4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8월과 11월에 이미 워크아웃에서 졸업했다. 대우통신도 5개 독립기업으로 쪼개진 후 자생력을 갖춰가고 있다. 2000년 정보통신부문이 독립해 설립된 머큐리는 연간 4천억원대의 매출을 유지하며 최근 2년 연속 흑자를 실현했다. 같은 해 종업원 지주회사 형태로 분리된 데이통콤(사무기기부문)도 디지털복합기 시장에서 선전하며 이익을 내고 있다. 대우텔레텍(팩시밀리)과 엠텍(방산) 등도 분사후 매출호조와 영업이익 안정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매각은 '불합격'=대우자동차를 비롯 대우전자 오리온전기 등 해외매각을 추진했던 계열사들은 기업가치 하락과 채권단의 추가손실 등으로 이어졌다. 대우자동차의 경우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포드의 인수포기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GM에 팔렸다. 그러나 포드가 당초 제시했던 인수대금에 비해서는 터무니없는 헐값이다. 해외매각을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직원들의 파업과 회사측의 강제정리해고 등으로 사회적 문제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오리온전기도 대만 CPT사가 인수제안서까지 냈으나 매각의사를 철회하면서 한때 법정관리 가능성이 거론되다 결국 CRV(기업구조조정회사)를 통한 정상화로 결론을 내렸다. 대우전자도 수차례 매각작업이 무위로 끝나면서 회사분리를 통한 정상화가 추진되고 있다. (주)대우와 대우중공업에 적용했던 방식이다. 대우증권은 아직 원매자를 찾고 있는 상황. 이들 기업은 워크아웃 이후 2년을 허비하면서 법정관리(대우차)와 상장폐지(대우전자,오리온전기) 등을 거치면서 기업가치의 하락과 채권단 손실확대라는 쓰라린 과정을 겪었다. 반면 대우인터내셔널 대우건설 대우조선 대우종합기계 등은 회사분리 후 1년 만에 재상장됐다. 주가도 급상승해 출자전환으로 대주주가 된 채권단을 들뜨게 하는 등 초기 처리방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뚜렷이 엇갈렸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