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4일.보잉 다소 등 4개 업체가 제시한 가격이 당초 국방부의 목표가보다 지나치게 높아 가격협상이 결렬됐다.


며칠뒤 차세대전투기(FX) 구매사업을 총괄하는 최동진 국방부 획득실장은 "업체들이 제시한 가격이 '현실성 있는' 것으로 판단해 가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들 업체로선 가격을 내릴 만큼 내렸다는 입장이어서 추가협상을 벌여도 가격을 더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한달여 뒤인 3월18일.가격협상결렬,예산부족 등을 이유로 일부에서 FX사업이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런 루머를 의식한듯 김동신 국방장관은 "FX사업 일정을 연기하지 않고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국제입찰을 이제와서 연기할 경우 국가신인도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4월30일.FX사업자로 미국의 보잉사가 최종낙점된 지 한참 지난 시점.김 장관은 보잉의 제리 대니얼스 군용기·미사일시스템 부문 사장을 만났다.


국방부 황의돈 대변인은 "(김 장관은)대니얼스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추가협상에서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이 사업의 추진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단호하게 경고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엔 입찰업체로선 더 낮추기 힘든 적정가격 수준이라고 판단했던 국방부가 보잉 손을 들어준지 한참 지난 시점에 뒤늦게 '강경발언'을 한 저의는 무엇일까.


왜 이번에는 국가신인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무산 가능성'까지 언급했는지 궁금하다.


한푼이라도 싸게 사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프랑스 러시아등과 팽팽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가격을 깎지 않았던 보잉이 공급자로 최종 낙점된 이 시점에 와서 낮춰주리라고 기대하는 우리 국방부가 너무 순진해 뵌다.


혹시 국방부가 FX사업이 미국쪽으로 돌아간데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대내용으로 한번 해본 얘기라면 이른바 글로벌시대의 국민 수준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