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park@dw.co.kr 인기가수들이 무대공연을 할 때 실제로 노래를 하지 않고 녹음이나 녹화에 맞춰 노래를 하는 것을 립싱크(Lip Sync)라고 하는데 이것이 시청자나 관객을 속이는 것이라 해서 비난하는 사람이 많다. 가수들의 립싱크와는 다른 이야기지만 회사에서 월례조회와 같은 어떤 의식을 거행할 때 애국가나 사가(社歌)제창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참석자 중 많은 사람들이 '립싱크 족(族)'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많다. 단상에 있는 높은 분일수록 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고 입술만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열심히 소리내어 부르는 사람이 오히려 겸연쩍을 때까지 있다. 가마를 멜 때도 온 힘을 다해 같이 들고 열심히 구호를 외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남의 힘에 편승해 들어 올리는 시늉만 하고 남이 소리지르는 데 마지못해 따라 하는 사람도 있다. 사가를 열심히 부르느냐의 여부 하나만으로 사람의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우렁차게 부르는 사람과 입만 벙긋거리는 사람 사이에는 일의 적극성 면에서 굉장한 차이가 있다. 일에 도전적인 사람은 사가를 힘차게 부르고 주어진 일도 열심히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자기가 실제 하는 일의 내용보다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일의 성과나 일하는 보람보다 겉치레에 치중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은 분명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기 원하는 자가 아니라 공짜 점심(free lunch)이나 무임승차(free rider)를 즐기는 사람들일 것이다. 자본주의 근본원리 중 하나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그 사용에 따르는 배분에 있는데 남과 같이 또는 그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자기의 몫을 더 많이 주장하는 부류가 있다면 이는 분명 자기가 속한 조직과 그 조직을 구성하는 사회에 손해를 끼치는 존재일 것이다. 그런 분위기가 허용되는 조직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일하지 않고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이 조직내에 퍼져 결국 조직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하나 조직내 '립싱크족'이 가져올 수 있는 폐해는 자기역할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조직내의 전체적인 조화가 깨진다는 점이다. 마치 합창이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역할분담에 의해 조화된 고운 소리를 만들어 내듯이,어떤 회사도 '하는 체'만 하는 '립싱크족'보다는 자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남과 함께 음의 고저와 장단을 맞춰 가는 사람들로 구성돼야 훌륭하고 성공적인 조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