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말 홀가분합니다. 분하고 억울한 적도 많았지만 하루빨리 GM에 합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의 매각 본계약이 체결된 30일 오전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승용차 조립 2라인.

콘베이어에 실려오는 L6 매그너스 머리부분에 라디에이터 그릴을 장착하는 지현식씨(44)의 목소리에는 희망이 가득차 있었다.

3년여의 기나긴 마음 고생에서 벗어나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씨는 "본계약 내용에 아쉬움도 없지 않지만 GM이 인수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만큼 좋은 차를 만들어 회사를 살리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대우차 매각 본계약 체결이 마무리되면서 주력인 부평공장은 그동안의 침체에서 벗어나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공장 곳곳에 큼직하게 붙어 있는 '하나된 마음 새로운 모습 힘찬 새출발!'이란 구호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조립 2부의 박향선씨(44)는 "우리가 잘만 하면 예상보다 일찍 GM이 부평공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동료들이 결의에 차 있다"고 전했다.

GM은 이날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부평공장을 일단 인수대상에서 제외했다.

당장은 생산성과 품질이 떨어지는데다 노사분규가 격렬하다는게 그 이유였다.

다만 향후 6년 이내에 생산성과 가동률 등에서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조기 인수키로 했다.

조립 1부 강희원씨(42)는 "회사가 어려움에 빠진 뒤 무턱대고 분규를 일으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회사가 없이는 근로자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또다른 근로자는 "결국 우리의 힘으로 일어서라는 것 아니겠어요. 좋은 차를 만들어 많이 파는 수밖에 더 있나요"라며 각오를 다졌다.

협상결과엔 아쉬움이 있지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각오와 자신감은 공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건물 출입구마다 '생사초월 권유판매'라는 판촉 슬로건이 걸려있고 그 밑에는 직원 개개인의 판매 현황표가 게시돼 있다.

별도의 인센티브는 없지만 회사를 살리자는 마음에서 '낮에는 차를 만들고 밤에는 차를 파는' 일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공장장 한익수 상무는 "부평공장은 부채도 처리되고 인원도 크게 줄어들어 품질과 비용 경쟁력만 강화하면 된다"며 "지난해부터 실시한 경영혁신 운동으로 생산성도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부평공장은 지난 1년여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무엇보다 상당수의 근로자가 정든 직장을 떠나야 했다.

7천여명에 가깝던 직원수는 현재 3천8백여명으로 줄었다.

2교대로 분주하던 공장은 1교대로 바뀌었고 그나마 공장은 매주 월∼수요일 3일만 가동하고 있다.

남은 직원들은 생산조직을 재정비하고 공장을 정상화하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덕분에 작업장은 휴지조각은 물론 기름 한방울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끗해졌고 재고관리 방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그 결과 조립 1,2공장의 시간당 가동률은 1백%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외부에는 '낙후된' 공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공장 내부는 의외로 말끔하고 설비도 양호했다.

한 상무는 "품질 좋은 차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지가 근로자들 전체에 확산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대우차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평공장은 최근 출시된 직렬 6기통 L6 매그너스와 2일 선보이는 소형 승용차 '칼로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L6 매그너스의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반응이 좋아 기존 매그너스보다 판매량이 30% 가량 증가했다.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칼로스도 호평을 얻어 선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주부터는 작업일을 목요일까지 하루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한 상무는 "한개 차종이 월 평균 6천∼7천대만 팔려도 2교대로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며 "매그너스는 상반기 중으로 월 5천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여기에 칼로스가 가세하면 GM이 원하는 조건도 멀지 않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부평=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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