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판 '유니크로' 탄생 바라며 ] '유니크로'라는 브랜드로 캐주얼 옷을 만들어 파는 일본 의류회사 '패스트 리테일링'이 최근 3년 동안 일본 소매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20세기 초 일본에서 상업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지난 99년 소매업의 연간 총 매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도 유니크로는 67%(기존 점포 기준)의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8월 결산법인인 이 회사의 2001회계연도 매출액은 4천억엔(약 4조원)을 웃돌았다. 경상이익은 무려 1천억엔(약 1조원)으로 신일본제철 미쓰이물산 가오 등 일본을 대표하는 고수익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98년 이후 해마다 두 배씩 매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유니크로 신화를 상징하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유니크로가 지난 98년 내놓은 '폴라플리스'라는 겨울옷은 첫 해 2백만장이 팔렸다. 99년엔 8백50만장, 2000년에는 1천2백만장이 판매돼 3년간 모두 2천2백50만장이 팔려나갔다. 일본 사람 다섯 명 중 한 명이 폴라플리스를 입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폴라플리스는 폴리에스터를 주 원료로 만든 합성섬유 제품이다. 겉모양이 양모처럼 도톨도톨하고 따뜻해 플리스란 이름이 붙었다. 폴라플리스에 이어 티셔츠도 대박이 터졌다. 99년 1천2백만장, 2000년 2천5백만장 등 2년간 총 3천7백만장이 팔렸다. 의류시장에서 단품 판매의 신기원을 이룬 것이다. 유니크로의 이념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입을 수 있는 고품질의 베이직 캐주얼을 시장에서 가장 싼 가격으로 계속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이념중 포인트는 '가장 싼 가격'에 있다. 저가격과 함께 캐주얼 특화, 대량생산, 고품질 등이 바로 유니크로 신화를 낳은 4가지 키워드란 얘기다. 유니크로는 의류점의 패스트푸드화를 지향한다. 맥도날드가 '누구나 살 수 있는 65엔짜리 햄버거를 곧바로 먹을 수 있다'고 자랑하듯이 유니크로도 '누구나 살 수 있는 1천9백엔짜리 폴라플리스를 곧바로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니크로의 오너 경영자 야나이 다다시는 "상식은 과거의 유물"이라고 주장하는 업계의 이단아다. 우리나라 소매업계에도 이런 '악동'이 나타나 주길 기대하며 야나이가 구축한 유니크로 방식을 다음 편에서 자세히 음미해 보기로 한다. < cdk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