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입성으로 국내시장은 세계 1위와 6위(르노) 업체가 현대.기아자동차와 각축을 벌이는 '글로벌 격전장'으로 변했다. 그동안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온 현대.기아는 세계 3위 다임러 크라이슬러와 손잡고 다국적 기업들의 공세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GM은 일단 연간 매출을 50억달러로 잡고 현 생산수준을 유지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잭 스미스 회장의 말대로 차세대 자동차 투입을 본격화할 경우 시장 판도는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대우차 매각은 국내 자동차 산업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채권단의 손실을 최대한 줄였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부담이었던 대우그룹 처리가 완료돼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 GM-대우차의 전략 =GM은 대우차 미국 현지판매법인(DMA) 등 상당수의 해외판매법인을 인수하지 않고 이들 지역에서 시보레 등의 브랜드로 대우차를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청기지화'논란도 일고 있지만 닉 라일리 신설법인 사장 내정자 등 GM의 한국측 수뇌부는 대우차를 독자적인 연구개발(R&D)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회사로 육성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GM의 글로벌 전략을 수행하되 신차개발과 판로개척 부문에서 독립적인 영역을 갖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GM은 다만 대우차의 조기 정상화가 선결과제라고 보고 흑자 시현이 예상되는 2005년전까지는 내수시장 위주의 경영전략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GM이 타깃으로 정한 내수시장 점유율은 25%선이다. 2005년 이후 신설법인이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는 곳은 중국 등을 필두로 한 아시아 중남미의 개도국과 소형차 수요가 많은 서유럽 지역이다. ◆ 매각 득실은 =채권단은 매각대금조로 현금이 아닌 12억달러(1조5천5백44억원)의 우선주를 연리 3.5%의 이자를 받는 조건으로 넘겨받는다. 단 우선주 매각은 10년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손에 쥘 현금은 없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16조원의 대우차 채권을 신설법인인 'GM 대우오토 앤드 테크놀로지 컴퍼니'의 미래를 담보로 '10년후 2조원'으로 바꿨다고 볼 수 있다. GM과 계열사들이 당장 부담할 비용은 4억달러(5천1백81억원)에 불과하다. 또 GM측은 대우차의 국내외 부채 16조원중 5억7천3백만달러(7천4백22억원)만 떠안기로 했다. GM은 대우차를 교두보로 확보해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용 자동차의 생산 기지로 활용하는 한편 작지않은 규모인 한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이득도 챙겼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때 대우차 직원 1만3천7백명(부평공장 6천7백명)의 고용승계가 이뤄지고 주요 생산시설들이 유지되는 점은 우리측이 얻는 이득이다. GM의 시장진출로 국내 자동차 업체간 경쟁이 촉발돼 소비자들이 얻게될 이득도 무시할 수 없다. 국가신인도 향상 등 무형의 효과도 있기 때문에 매각 득실을 단순히 수치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 남은 과제 =GM이 부평공장을 얼마나 빨리 가져갈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GM측이 정한 생산성 품질 노사관계 등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부평공장의 주력 차종인 L6 매그너스와 소형 승용차 칼로스가 얼마나 팔리느냐에 따라 조기 인수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매각 대상에서 빠진 국내외 사업장의 처리 문제도 쉽지 않다. 또 다른 원매자를 찾아 판다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미 상당수는 빈사상태에 빠진 것이 사실이다. 연간 중대형 버스 6천대 생산규모의 부산 버스공장은 내수시장의 50% 안팎을 점유하고 있고 지난해 2백31억원의 흑자를 내 비교적 여건이 괜찮은 편이다. 이밖에 12개국에 산재한 생산법인 가운데 이집트 폴란드 체코 중국 필리핀 루마니아 인도 이란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의 공장들은 신설법인이 당분간 부품을 공급할 예정이지만 청산을 피하기 위해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불가피하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