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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지기란 옛날 양반집에서 살림살이나 잡일을 맡아보던 하인을 일컫는 말로 곳간지기,창고지기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고대 희랍에서는 '재산관리인'이라 불렸다.

공기업은 국가의 재산관리인이다.

부재지주(不在地主)인 국가를 대신해 재산을 관장하고 부지런히 운용해 이익을 남기려는 청지기와 같다.

소유권 등 재산권의 일정부분이 정부에 귀속돼 있는 공적인 실체인 점이 사기업과 다를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공공부문의 개혁이 주목받았고 일부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수익성이나 효율성 측면이 부각되기도 했다.

대처수상 시대의 영국과 소시에테 제너럴은행 민영화로 대표되는 프랑스 등 외국의 경험적 사례도 자주 거론된다.

민영화는 최적의 방식과 제도를 기준해 시도되나 외채의존비율이 높은 공기업일수록 부채청산 차원에서 주목받게 되고 민영화후 소속원들의 미래보장도 쟁점대상이다.

국민이 공기업으로부터 바라는 것은 전통적인 충성심과 공복(公僕)레벨의 신뢰감이다.

관료적인 CEO가 아니라 전문경영인 감각, 명쾌한 능력, 그리고 경쟁력을 갖춘 테크노크라트 집단을 원한다.

재산관리인은 주인의 재물을 늘리는 재주보다는 주인의 명예를 지켜주는 지혜로운 결단력으로 인정받아 왔다.

공기업경영에서 외부의 평가에 연연해 소신(所信)없이 행동한다면 그는 올바른 경영자가 아니다.

감독자의 신뢰가 선행돼야 하겠지만 참다운 공기업의 경영자라면 특히 상급기관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공기업 중에도 자력생존을 위해 사기업적 수익추구와 구조개혁 등 나름대로 좌표를 설정하고 공익 최우선의 신념으로 경영에 심혈을 기울이는 합리적인 곳도 여럿 있다.

공기업의 진정한 부재지주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공기업의 경영자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 몫이 돼가고 있고, 비록 작은 공기업이라 할지라도 담대하게 국리민복을 내건 대명제로 검증에 나설 수 있는 것은 그 기업이 공익우선적 존재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공기업 역시 사기업과 같은 경제행위를 한다.

영국은 정치적.관료적 참견을 배제해 자본주의 시장체제하의 경쟁을 유도하고 산업의 효율성 증진과 재산권 민주주의의 확산을 이룬 것, 프랑스는 매각에 따른 적정한 주식배분비율이 성공요인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정에서 공기업은 견인차로서 공신(功臣)역할을 했고 준공무원의 신분을 십분 활용해 민관의 중도적 위치에서 개발시대를 명예롭게 헤쳐왔다.

사기업(私企業)적 마인드만으로 나라 돈 쓰는 보상일을 맡는다면 이건 마치 회심(悔心)한 마이더스왕에게 탐욕을 부추기는 것과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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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필진 5월1일부터 바뀝니다 ]

한경에세이 5~6월 집필은 백기웅 KTB네트워크 사장(월), 홍성일 한국투자신탁증권 사장(화), 강석천 한국감정원장(수), 박인구 동원F&B 사장(목), 유신종 코리아텐더 대표이사(금), 김범수 NHN 대표이사(토)가 맡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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